'대장동 항소 포기' 진실공방 확전…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 가시화

검찰총장 공백 4개월 만에 대검 차장 사의…중앙지검장도 공석
설명없이 떠나려는 노만석 대행…법무부·검찰 간 여진 지속 전망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여파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연일 대장동 민간업자 개발 비리 의혹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두고 법무부와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검찰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 사의 표명으로 지휘부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항소 포기 관련 의사결정 과정의 의문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노 대행까지 자리를 비우면서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진실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사임 후 넉 달 간 이어진 검찰 수장 공백 상황은 노 대행 사직으로 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검찰 1·2인자 모두 공석…서울중앙지검도 수장 공백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은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발생한 지 닷새 만의 일이다. 노 대행은 이날부터 연가를 사용해 출근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노 대행 사의 표명 당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 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검사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면직안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수리 여부를 판단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

노 대행의 사임으로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검찰총장 직무를 대신 수행할 예정이다. 검찰총장, 대검 차장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이번 항소 포기 사태로 검찰은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장도 공백인 상황을 맞이했다. 정진우 지검장은 지난 8일 항소 포기 논란에 사의를 표명했다.

"'신중 판단' 의견만" 해명에도…항소 포기 진실공방 확전일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앞서 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지난 7일 밤 12시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수사·공판팀은 항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정 지검장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항소 기한 만료 3시간여를 남겨두고 대검으로부터 항소 불허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를 두고 대검 수뇌부가 법무부의 의견을 듣고 불허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7일 노 대행과 통화에서 대장동 민간업자 개발 비리 의혹 항소 포기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하면서도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도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입장을 제시한 것은 개인 의견 표시일 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며, 항소 여부 판단의 책임과 결정을 검찰이 지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간부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 차관과 항소 여부를 논의했는데 이 차관으로부터 검찰 스스로 항소 포기하는 방안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받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노 대행이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법무부 차원의 항소 포기 압박이 있었거나 노 대행이 항소에 반대하는 법무부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항소 포기 논란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공방과 검찰 내부의 해명 요구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선 노 대행이 구체적인 해명 없이 떠난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당시 논의에 참여한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등 대검 간부들과 법무부 관계자들이 해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