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사법개혁 한 달 만에 입법?…공론화 실효성 '미지수'

개혁안 발표 하루 만에 "11월말 입법"…사법부 의견 제시 마감시한
盧정부 소기의 성과, 文 개혁 유야무야…"근본적 대안 없는 개혁"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5.9.1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 공론화를 추진하는 여권이 입법 '데드라인'을 다음 달 말로 정하면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관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면서도 재판연구관 수와 1·2심 판사 운용 방식이나 상고심 적체를 해소할 재판 지연 해소, 나아가 대법원 주도의 사법행정 시스템 개편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사법 체계의 근간이 뒤바뀌는 사안의 무게를 고려할 때 사법부뿐 아니라 학계, 정부, 변호사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절차를 장기간·광범위하게 가져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5대 사법개혁안의 공론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전날 "11월 말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김현정 원내대변인)고 밝혔다. 백혜련 사법개혁특위 위원장도 "상당히 공론화돼 있고 공감대가 이뤄진 과제"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오전 사법개혁안에 대해 "공론화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내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의견 수렴에 '한 달'이라는 마감 시한을 제시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바꾸는 이같은 개혁이 정치권 주도로 단기간 내 이뤄지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한 부장판사는 "하급심 판사는 그대로 두고 대법관부터 늘리면 몸은 작고 머리만 큰 비정상적인 가분수가 된다"며 "재판 체계가 바뀌는 일인데 어떻게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 또는 대법원 주도로 사법개혁 논의가 이뤄진 사례는 다수 있지만 단기간에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려한 경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사법개혁을 본격 추진한 노무현 정부는 당시 노 대통령 취임 첫 해 최종영 대법원장과 사법개혁 공동 추진에 합의했고,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를 발족해 법학전문대학원과 국민참여제판제도 도입 등 성과를 냈다.

반면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촉발돼 시작된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 논의는 민주당 주도로 촉발돼 뒤늦게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이 합류하고, 대법원도 자체 개혁안을 내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결국 법원행정처 폐지 등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해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외부 주도로 이뤄지는 개혁 논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재판 제도를 바꾸면서 재판을 맡는 판사들이 배제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방법론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날 법원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증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증원 수나 시기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도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증원 등 일부 현안에만 몰두해 현 사법부 시스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누락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법원 주도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일선 법원 또는 외부에서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 구조를 타파할 근본적 핵심 과제는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민주적 사법행정을 위한 근본적·구조적 대안을 빼고 사볍개혁안을 발표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