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의 잘못된 원천징수 추가부과…민사로 바로 반환 청구할 수 있을까
1심 "민법상 당연무효…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이득 얻은 것"
대법 "하자 중대·명백해야 당연무효…아니라면 행정소송 대상"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세무서가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 세금을 잘못 징수했더라도, 그 잘못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만 원천징수 의무자가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바로 반환을 다툴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신한은행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
신한은행은 금융거래자에게 배당 및 이자를 지급하면서, 일반세율 14%를 적용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해왔다.
그런데 남대문세무서는 신한은행에서 개설된 일부 계좌들이 차명계좌에 해당한다고 판단, 그 계좌들에서 발생한 이자 및 배당 소득에 대해 14%가 아닌 90%의 세율을 적용했다. 그러면서 신한은행에 5000여만 원을 추가로 내라고 고지했다.
세무서의 고지세액에 따라 5000여만 원을 납부한 신한은행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신한은행은 "문제가 된 일부 계좌가 차명계좌가 아니다"라며 "뿐만 아니라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한 세무서의 처분은 정당한 세액을 초과해 징수한 것이라 당연무효이기 때문에 부당이득금"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세무서의 세금 부과 처분에 대한 불복은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지만, 만약 세무서의 세금 징수 처분이 처음부터 법률상 효력이 없는 당연무효라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이 되기 때문에 민사소송으로 바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소송으로 다퉈야 한다면 소송 전 조세심판원의 심판 청구 등 전심 절차를 필히 밟아야 하고, 승소하더라도 처분이 취소될 뿐이라 잘못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기까지 민사소송보다 시간이 더 오래 소요된다.
1·2심은 신한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일부 계좌가 단순 차명거래 수준을 넘어 명의자를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금융자산 환급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해당 계좌들이 금융실명법에 따른 차등 세율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세무서의 처분으로 신한은행은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서까지 세액을 납부한 것이거나, 원천징수해야 할 세액을 초과해 납부한 것"이라며 세무서가 납부금을 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이득을 얻은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 민사소송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하급심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계좌들이 차등세액 적용 대상인 차명계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1·2심 판단과 달리 세무서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신한은행이 납부한 금액이 곧바로 부당이득이 되진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세무서의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러야 비로소 부당이득에 해당하게 된다"며 "그러나 2심은 그에 관한 추가 심리 없이 납부금을 받은 것 자체만으로 민법상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지 않는 한 곧바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징수 처분에 대해 전심절차와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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