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400억대 백신입찰 담합…의약품 도매상들 과징금 소송 패소

팜월드 등 의약 도매상 과징금 소송…유한·광동도 잇따라 패소
"가격 경쟁 완전히 사라져 경쟁 제한 명백해…부당 공동행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6년이 넘게 담합 행위를 해 무더기로 과징금 폭탄을 맞은 의약품 도매상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1부(부장판사 황의동 최항석 백승엽)는 팜월드·지엔팜·웰던팜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들 회사를 포함해 32개 사업자는 지난 2023년 공정위에서 총 409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한 제약사들은 2013년 2월~2019년 10월 질병관리청, 국방부 등을 수요기관으로 조달청이 발주한 약 7000억 원 규모의 170개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를 정해 147건을 낙찰받았다.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 예방접종 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간염·결핵·파상풍·자궁경부암·폐렴구균 백신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

이 사건 원고인 팜월드·지엔팜·웰던팜은 의약품 도매상으로서 각각 10억4100만 원, 4억4600만 원, 78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들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각 입찰의 낙찰가격이 백신 제조사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해 경쟁이 감소해 가격, 수량 등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공동행위는 낙찰예정자, 들러리, 투찰 가격 등을 사전 합의해 결정한 것으로서 효율성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명백하다"며 "설령 공동행위가 국가 예방접종 사업 일정에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격경쟁이 완전히 사라지게 한 이 사건 공동행위에 경쟁제한 효과를 상쇄할 정도의 효율성 증대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공정위가 이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도 보지 않았다.

공정위 처분은 1심 판단의 성격을 지닌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일반 행정사건과 달리 2심제로 심리한다.

팜월드와 지엔팜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이들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한편 같은 이유로 이들과 함께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유한양행과 광동제약도 지난달 10일, 24일 연달아 패소 판결을 받았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