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했는데'…이재용 1·2심 무죄에 檢 당혹

2년 대대적 수사, 공소장 변경에도…2심 전부 무죄
법원 "서버 등 압수수색 부적법…증거능력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면서 검찰이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검찰은 외부전문가들로 이뤄진 수사심의위원회(수심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택했는데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 회장의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문제가 됐던 증거수집의 위법성들은 2심에서도 그대로 지적됐다.

수심위 "불기소" 의견에도…기소 강행

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로 시작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정황을 확인한 검찰은 한 달 뒤 삼성바이오 본사를 비롯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은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고, 2020년 6월 수심위는 '10대3'이라는 과반이 넘는 표차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했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2020년 9월 이 회장을 기소했다. 2018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수심위 권고를 무시한 첫 사례였다.

당시 검찰은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0차례 넘게 진행된 재판 끝에 1심은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도 이날 이 회장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증거 2000개 새로 냈지만…2심도 "위법수집증거"

검찰은 삼성바이오 공장 내 바닥 마루를 뜯어 덮는 방식으로 은닉한 서버와 노트북 등에서 2270만 건 상당의 디지털자료를 선별해 압수·분석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취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에서 1360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내고, 증거 2000개를 새로 제출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부터 넉 달간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지 않는 등 사건을 집중 심리해 왔다.

그럼에도 2심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삼성바이오로직스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탐색·선별 등의 절차의 존재 및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 절차가 없었고, 범죄혐의와 관련성 없는 정보를 삭제·폐기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한 2차 증거 역시 적법절차를 침해해 수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 관련자 외장하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선별 절차의 존재 및 실질적 참여권 보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