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시 빚도 부부가 나눠져야" 대법 첫 판결(종합)
대법 전원합의체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재산분할 대상"
채무분할 인정않던 1997년 대법원 판례도 변경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0일 남편 허모씨(43)와 아내 오모씨(39)가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오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대구가정법원 본원합의부에 이송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은 물론 채무라도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해서 부담된 것이라거나 비용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 명의로 된 채무 일부를 피고에게도 부담시키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면 적절한 분할방법을 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합산 재산가액이 채무액보다 적다는 이유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앞선 판례에 따른 대법원 견해에 대해 "오늘 판결과 배치되는 부분 내에서 변경한다"고 밝혔다.
앞서 1997년 대법원은 이와 비슷한 재판에서 "총 재산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지난 2001년 결혼한 남편 허씨와 아내 오씨 부부의 사이가 틀어진 건 2006년 남편의 외도로 시작됐다.
진보정당에서 사회활동가로 일하던 허씨가 일 때문에 함께 살게 된 아내의 학교후배와 성관계를 가진 것이다.
마침 일찍 집에 돌아온 아내는 이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고 이혼을 생각했다. 하지만 친정어머니의 설득에 남편과 계속해서 혼인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 차례 이혼 위기를 겪은 부부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갈등을 빚었다.
2007년 11월에는 말다툼 끝에 다시 한 번 이혼 얘기가 나왔고 이때부터 부부는 잠자리는 커녕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에는 돈 문제도 끼어있었다. 오씨는 집안살림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남편의 선거자금 등 정치 활동 비용을 모두 마련해줬다.
허씨가 자격증을 따겠다며 교육기관에 입학하자 입학금 400만원, 생활비 등 관련비용을 모두 지원해주기도 했다. 허씨는 2007년 5월 일을 해 번 월급을 처음으로 오씨에게 가져다줬다.
하지만 이후 허씨는 오씨에게 시험공부에 필요한 돈을 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씨가 건강이 좋지 않다며 거절해 두 사람은 또다시 크게 싸웠다. 허씨는 "시험이 끝나는대로 이혼하자"고 선언한 뒤 2008년 6월 집을 나가버렸다.
이후 허씨와 오씨는 각각 이혼소송을 냈다. 오씨는 여기에 더해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두 사람은 이혼한다"고 판결했다. 또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주 책임은 남편 허씨에게 있다"며 "허씨는 오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평범해 보이는 한 부부의 이혼소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구하게 된 이유는 오씨의 재산분할 청구에 있었다.
오씨는 "결혼생활 동안 생활비뿐만 아니라 남편의 결혼 전 생활비와 빚까지 대신 지급했으므로 허씨는 2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아내 오씨가 가진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는 데 있었다.
오씨는 1억85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로 1억원, 은행과 보험사들에 대한 대출금으로 총 2억27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여기에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도 2억7600여만원에 달했다. 남편 허씨는 보험 해약환급금을 비롯해 570여만원의 재산과 350여만원의 은행 대출금채무가 있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산총액 1억9000여만원에서 오씨가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을 제외한 채무액 2억3000여만원을 빼면 남는 금액이 없다"며 "오씨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chind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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