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공판 영상녹화·녹음' 반대 논란
국회 개정안 반대, "소송경제 낭비" vs "분쟁 줄일 수"
27일 상임위 통해 의견 수정할 예정
형사재판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재판정에서 영상녹화와 녹음을 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해 변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의 모 판사가 60대 여성 증인에 대해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이른바 '막말 판사' 논란이 일자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피고인·변호인 등 신청이 있을 때 공판정에서 심리를 녹음·녹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녹음·녹화를 결정할 수도 있다.
또 변호인·피고인 등 이의가 있을 때 재판부가 녹음물·녹화물을 확인해 공판조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공판조서는 속기 방식이 아닌 진술요약 방식으로 기재되고 있어 기재가 잘못될 경우 이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밖에 검사·경찰관의 조사 때에도 피의자·참고인의 요청이 있으면 진술을 영상녹화하도록 하는 내용과 피의자·참고인에게 이 영상녹화물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23일 대한변협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변협은 국제 법제사위에 낸 의견서에서 "공판정에서 영상녹화·녹음은 소송경제 낭비"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피의자·변호인에게 영상녹화 신청권을 부여하면 신청권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현행법상 피의자·변호인은 공소제기 전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없는데 영상녹화물의 사본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의 이같은 반대 의견 제출이 알려지자 현직 변호사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현성 변호사는 "대한변협의 이런 태도는 변호사 대다수의 의견과 다르다"며 "재판과정을 녹음·녹화하자는 방안은 막말 판사 등 논란이 일 때마다 법조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녹음·녹화를 통해 재판과정을 명확히 하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며 "대한변협은 오래 전부터 기소 전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주장해왔는데 대한변협이 이를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대한변협의 의견은 국민의 인권침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변호사의 입장이라기보다는 수사 효율성을 위해 국민의 인권을 제한하려 하는 검찰의 입장에 가깝다"며 "대한변협이 정말 변호사들이 모인 단체가 맞느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측 관계자는 "집행부가 바뀌는 과정에서 전임 법제위원회가 만들어 놓은 의견서를 하나하나 확인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우리도 우리 측에서 이런 의견서가 나갔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돼 매우 당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대한변협은 오는 2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해당 형사소송법에 대한 의견 수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울산지법에서 재판부가 변호사에 대해 감치 대기를 선언하고 법정을 나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사정 변경으로 인한 의견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한변협의 공식 입장이다.
abilityk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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