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 우려…검사 안 만나본 사람이 더 불만"

"일선 얘기 듣자" 검개위, 평검사 30명과 간담회
정치적 중립성·인사 및 감찰 제도 개선 등 논의
위원회, 29일 권고사항 정리…내달 '상설특검' 논의

전국 평검사 대표 30명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열린 검찰개혁심의위원회와의 검찰 개혁안 마련과 관련된 간담회에 참석, 간담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개혁심의위원회는 검찰 인사나 조직 문화 등에 대해 평검사들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기 위해 이날 간담회를 마련했다. 2013.5.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중수부 폐지로 인한 특별수사체계 개편 등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검찰개혁심의위원회(위원장 정종섭)는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평검사 30명과 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 확보 방안, 중수부 폐지 후 사정 공백 방지 방안, 인사 및 감찰 제도 개선, 검찰의 투명성 제고 및 내부 문화 개선 등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평검사들의 현재 생각과 업무상황, 검찰의 당면문제 등에 대해 평검사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그들 나름대로 갖고 있는 해법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는 위원들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자리다.

간담회는 위원장이 주제를 던지면 검사들이 현장에서 경험하거나 느낀 점, 의견들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이에 대해 의문점이 있으면 위원들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진행됐다.

◇대검 중수부 폐지에 "우려된다" 한목소리

이날 대다수의 평검사들은 중수부 폐지로 인해 대형 공직부패나 경제비리 사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를 우려했다. 대안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확대하되 서울중앙지검의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해 인지 기능을 다른 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검사는 "5대 고검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다른 검사들은 "대검 중수부도 사실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공소제기했다"며 "이왕에 대검 중수부가 폐지됐으니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식으로 형식을 맞추는 게 모양이 맞지 않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일부 검사들은 "대검에서 폐지한 중수부를 고검에 두면 모양이 이상하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설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지금의 우리도 실세든 측근이든 모두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 그럴 의지도 있고 각오도 있다"며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어 상설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그나마 제도특검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기구특검 도입은 제2의 검찰을 만들어 '검찰 분리'에 불과한데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또 기구특검을 만들 경우 상근자를 앉혀야 하는데 발생하는 사건과 어떠한 관련도 없는 사람을 미리 예상해 기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능력있는 여검사, 특수부·공안부에 더 많이 배치해야"

평검사들은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활성화하는 한편 이의제기권 절차를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사건 결정 과정에서 상사와 주임검사 간에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정해놓으면 책임 소재도 분명해지고 결정절차가 보다 투명해지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인사 제도와 관련해 평검사들은 검사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의 근속 기간을 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검사들은 "예외도 있지만 여검사들은 주로 형사부에 근무하고 성폭력 전담에 너무 많이 투입된다"며 "능력있는 여검사들을 공안부나 특수부에 많이 배치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각 청별로 배치된 감찰 전담 검사와 수사관들의 애로사항도 전해졌다. "같은 청 소속 직원들의 비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하려 노력중이지만 같은 청 직원이다보니 직접 조사할 때는 심적 부담이 크다"며 "대검이나 고검 차원에서 감찰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평검사들은 검찰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 종료 단계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수사 및 재판 기록의 공개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상녹화 조사를 확대하고 변호인의 참여를 더 늘려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검찰 개혁안 마련과 관련, 검찰개혁심의위원회와 전국 평검사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검찰개혁심의위원회는 검찰 인사나 조직 문화 등에 대해 평검사들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기 위해 이날 간담회를 마련했다. 2013.5.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검찰 조사 경험 없는 사람들이 불만 더 많더라"

몇몇 검사들은 풍부한 경력의 검사들이 수사 노하우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전수할 수 있도록 팀제나 소부 형태로 수사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력이 높은 검사들이 초임이나 경력이 얼마 안 되는 검사들을 밀착 마크해 도제식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검사들이 너무 권위적이고 엘리트주의에 젖어있으며 오만하다는 외부의 시선이 있다"며 평검사들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한 여성검사는 "그러한 시각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을 보고 형성된 시각인지, 실제 사건을 통해 검사를 접한 당사자들의 평가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군산지청 소속의 검사는 "지난해 군산지청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가는 사건관계인들로부터 검사를 평가하는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더니 80% 이상이 '잘 하고 있다'에 붙였다"며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검찰에 더 많은 불만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검사는 이어 "고검에 항고하는 사건도 검사가 조사하거나 면담한 사건보다 경찰의 기록만으로 처리한 사건에서 불만도 많고 항고율도 높았다"며 "검사들이 더 많은 사건관계인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29일 권고사항 정리…내달 11일 '상설특검' 논의

위원회는 이날 평검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앞으로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데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평검사 간담회 전 4차례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는 오는 29일 그동안의 회의 내용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안 전반을 논의하고 가급적 이날 권고사항을 정리할 계획이다. 시간이 부족해 논의가 끝나지 않을 경우 6월5일 한 차례 더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린다. 같은달 11일 회의에서는 상설특검을 다룰 예정이다.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