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전관예우'…막을 수 있는 방법은"

대한변협, 23일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토론회' 개최
"공정위 등 고위공직자가 로펌에 취업하는 '신 전관예우' 등장"
모니터링 강화, 평생 법관제 등 각종 대책 제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월28일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집행유예 기간 중 유사 휘발유를 팔다가 구속된 사람의 변론을 연수원 출신 변호사가 맡았다.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은 어려울 것 같다'는 변호사의 말을 신뢰하지 못한 의뢰인은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갓 개업한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 며칠 뒤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다."(민경한 대한변협 인권이사)

전관예우금지법, 국회 인사청문회시 전관 변호사 수임내역 등 자료제출 의무 강화 등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는 전관예우.

이런 전관예우의 문제를 짚고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협은 23일 오후 2시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벤처리퍼블릭에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전관예우 관행의 실태,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민경한 대한변협 인권이사는 '전관예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주제발표에서 "최근에는 형사사건이 아닌 가처분사건, 민사사건 등에서 전관예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판·검사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특정 국가기관에 근무했던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 로펌 등 기관에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근무하는 '신 전관예우' 현상까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 밖에서 검찰, 법관에게 비공식적으로 사건의 실체 등을 피력하는 등 방식으로 전관예우가 이뤄지고 있다"며 "로펌, 재벌기업 법무팀은 담당재판부의 인적사항, 판결성향 등을 파악해 변호사를 정하는데 전관 변호사가 많다보니 인선이 쉽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영훈 대한변협 사업이사는 주제발표 '급변하는 법률시장에서의 전관예우 문제'를 통해 "전직 판·검사들의 전문성을 살려 멘토 역할을 하고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업이사는 "루이스 프리흐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대형 로펌에 취업한 것처럼 영미법조계에서는 전직 관료, 판·검사 등이 로펌에 영입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전관예우를 규제하는 각종 법률은 법률시장의 세계화 시대에 오히려 국외 로펌과 역차별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호선 대한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은 "공직 경험은 국민 세금으로 형성돼 온 공적 자원"이라며 "어느 직업이든 수고와 땀이 있는데 고위직에 있던 사람이라 해서 '공적 자원'을 '사익'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관예우 근절방안 중에서 가장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은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내역, 보수 산정 방법 등 공개'다.

이에 대해 민 인권이사, 여현호 한겨레 상임기자 등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 사업이사, 전병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개인 프라이버시 등 문제로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밖에 전관예우 근절방안과 관련해 민 인권이사는 판결 공개 및 모니터링 강화, 평생 법관제 정착, 퇴임 후 공적업무 종사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고 여 기자는 현직 공직자에 보고의무를 지울 것 등을 제시했다.

민 인권이사는 "전직 법관의 전문지식을 공익업무에 명예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스스로 사표를 내지 않는 한 평생 법관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전관예우는 크게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 기자는 "퇴직 공직자보다는 현직 공직자에게 보고의무를 지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근절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bilityk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