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信不立' 내건 검찰, 경제민주화 수사로 신뢰회복?
채동욱 총장 "믿음 없으면 설 수 없다" 국민신뢰 강조
"실력 부족해 실체 제대로 규명 못해" 간부회의 지적
대기업·국정원 사건 등 '명예회복 건 철저수사' 예고
'떡검', '색검(色檢)'에 이어 '검란(檢亂)'까지 오욕의 세월을 보낸 검찰이 땅에 떨어진 명예를 주워담으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회복해야 할까.
채동욱 검찰총장은 21일 주례간부회의에서 최근 대검찰청 8층 회의실에 새로 내건 사자성어 액자를 소개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대검 회의실은 총장실 바로 맞은 편이다.
채 총장은 논어(論語) '안연편'에 실린 이 말을 해설하며 "신뢰를 잃은 것이 바로 검찰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믿음을 깨버린 주요 원인으로는 네 가지를 열거했다.
'첫째,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둘째, 자기비리에 엄격하지 못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받았다. 셋째, 실력이 부족해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오만한 검찰'로 비쳐졌다.'
원인을 분석했으니 그에 따른 해결책이 나올 차례다. 채 총장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해법을 역시 네 가지로 설명했다.
'검찰시민위원회를 비롯해 국민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 수사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감찰 기능을 강화해 검찰의 자정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다음은 검사와 수사관의 전문성을 높여 기본적인 실력을 키워야 한다. 또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해 겸허와 배려로 국민에게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정한 수사'와 '실력 키우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채 총장의 생각은 현재 검찰이 벌이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수사와 맞물려 묘한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지켜보고 있는데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된 수사인 만큼 '실력'으로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검찰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잇따라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21일 수십억원대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된 CJ그룹의 본사와 경영연구소 등을 비롯한 5~6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한 혐의로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을 비롯한 대형건설사, 설계업체 25개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밀어내기' 논란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남양유업 관련 수사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곽규택)에서 진행중이다.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지난 2일 출범한 증권범죄합수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은 주가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는 AD모터스 등에 압수수색을 벌이고 코스닥 상장사 대표를 구속하는 등 1년의 활동기간을 착실히 채워나가고 있다.
채 총장이 '무신불립' 액자를 건 대검 회의실의 이름은 '운주당(運籌堂)'.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무예와 병법을 익히고 부하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산도 통제영에 만든 집무실 이름이다.
이름을 지은 이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으로 '겸손한 검찰, 책임있는 검찰, 사랑받는 검찰'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뜻이었다고 한다.
운주당의 한쪽 벽에 걸린 '무신불립', 네 글자를 마음에 새겨 사랑받는 검찰이 되겠다는 검찰의 뜻은 과연 현실이 될까. 실력있는 수사로 실체를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최근 검찰이 벌이고 있는 국정원 수사와 경제민주화 관련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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