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제민주화' 수사 시작…전방위 재계 사정

5월 CJ·4대강 건설사·남양유업 등 30개사 압수수색
대기업 불법관행·탈세,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

© News1 손형주 기자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석달만에 재계에 대한 전방위 사정 작업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민주화 기조에 발맞추는 한편 재계 수사를 통해 성추문과 검란(檢亂) 등으로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를 통해 대기업 오너 등 재계 유력 인사들이 사법처리될 될 경우 대검 중수부가 해체된 상황에서도 검찰의 특수수사를 통한 사정기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따른 사정 작업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수사의 성패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와 직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 폐지 후 특수수사 기능을 사실상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5월에만 남양유업, 4대강 관련 건설업체, CJ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연달아 압수수색했다.

금융조세조사부와 증권범죄합수단 등에서 진행 중인 수사까지 합치면 30개 넘는 업체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우선 대기업의 불법 관행과 주가조작 및 탈세,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21일 검사와 수사관 등 8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 본사와 임·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검찰이 이재현 CJ그룹 회장 집무실과 비서실이 있는 서울 장충동 경영연구소에서 회계·재무자료를 다수 확보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이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CJ그룹은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뒤 허위 송장을 발행하는 등 그룹 계열사와 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거액의 자금을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조성한 자금 중 70여억원을 국내로 들여와 그룹 차원에서 관리한 것으로 보고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형사부 등에 흩어져 있던 4대강 사업과 관련 의혹을 모두 모아 수사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검사와 수사관, 대검 디지털포렌식 요원 등 총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전국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 대상에 오른 대형 건설사는 1차 턴키 입찰에서 담합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이 부과된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 8곳과 시정명령이 내려진 금호산업, 쌍용건설, 한화건설, 계룡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삼환기업 등 총 16개 업체다.

이들 업체간의 담합에 가담한 H, Y, I, P사 등 설계업체 9개사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1·2차 턴키 수주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미리 짜고 공사 구간을 미리 나눈 입찰 담합 부분을 중점 수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하도급 업체에게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받고 되돌려 받거나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을 빼돌렸다는 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건설업계의 비자금 조성 관행이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그룹 역시 수사대상에 올라와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황두연 아이에스엠지(ISMG KOREA) 대표의 부당 경영 개입 의혹등 금융조세조사 1부와 3부로 나눠져 있던 현대그룹 관련 사건을 금조3부(부장검사 황의수)로 한 데 모아 수사 중이다.

본사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으로 불거진 남양유업 등 유가공 업계의 밀어내기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곽규택)은 지난 2일 자사제품을 대리점 업주들에게 불법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 본사와 지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남양유업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여직원 파견 요청을 받은 뒤 이들의 인건비를 대리점주들에게 전가한 의혹도 받고 있다.

대리점주들은 자신들에게 인건비를 떠넘긴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측에 인건비를 전가한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의 불법 강매 혐의를 조사하고 있어 향후 공정위가 검찰에 이들 업체를 고발할 경우 수사는 유가공 업체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본시장 교란 범죄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범죄합수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은 출범 열흘만인 지난 13일 회사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엘엔피아너스 전 대표 신모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시세조종과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에 수십억원대 이득을 챙긴 혐의로 전기차 생산업체 AD모터스 등을 압수수색 했다.

금조1부(부장검사 강남일)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한 변동금리부 기업대출의 가산금리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외환은행과 불법 채권추심 혐의를 받고 있는 HK저축은행 수사 중이다.

금조2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30억원대 탈세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홍 대표가 대기업 오너 일가들과 지속적인 미술품 거래를 통해 친분을 유지해 온 만큼 향후 수사가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확대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ys2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