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부강간 유죄중형…징역 3년6월(종합)

정상적인 부부사이, 강간죄 첫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는 16일 아내를 부엌칼로 위협해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씨(45)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6월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부부 사이에 강간죄를 인정한 첫 사례다.

그동안 대법원은 이혼에 합의하는 등 더이상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경우 배우자에 대한 강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형법 제297조는 '부녀'를 강간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며 곧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면서 "이와 같이 형법은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문언 해석상으로도 법률상 처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있고 여기에는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동거의무에 폭행,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참고 견뎌야 할 의무가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 부부의 동거의무 등에 비춰 보면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이상훈·김용덕 대법관은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강간은 '강제적인 간음'을 의미하고 간음은 '부부 아닌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결국 강간죄는 문언상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인이 아닌 부녀에 대해 성관계를 맺는 죄'라고 해석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강제적인 부부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하지 않더라고 폭행이나 협박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강간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001년 결혼해 슬하에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강씨는 지난 2011년 부인의 늦은 귀가 등을 이유로 자주 부부싸움을 해오다 자신의 집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부엌칼로 찌를 것처럼 위협해 아내를 수차례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인 아내가 법정에서 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수사기관에서 한 내용과도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며 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법률상 처는 강간죄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강씨의 주장에 대해 "형법은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뿐 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행·협박 등으로 상대방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부부 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강씨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자인 아내가 강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강씨가 아내의 요구에 따라 처가 근처에 와서 살게 되면서 처가와 갈등으로 불화가 생겨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줄어든 징역 3년6월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선고했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