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행복주택 예정지

공릉 "상권 활성화" vs 잠실·송파 "악취 우려"

"서울과학기술대만 지척에 있을뿐 삼육대와 광운대등은 버스로 몇 정거장씩 가야는데 학생들 수요가 있을지 글쎄"(박찬익 45)

국토교통부는 20일 서울 공릉지구를 포함한 수도권 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을 발표했다. 대학교 인근 행복주택 시범지구인 노원구 공릉동(공릉동지구)에는 서울과학기술대와 서울여대 등 인근 4개 대학의 학생들을 위한 2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이 조성된다.

공릉동지구는 경춘선 폐선부지 1만7000㎡에 지어질 예정이며 지하철 7호선 공릉역과 인접해 있다. 또 주거 밀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근린공원이 없는 '공원소외지역'임을 고려해 공원과 소규모 공연장 등 문화시설도 함께 꾸미기로 했다.

21일 7개 시범지구 중 가장 먼저 연내 첫삽을 뜨게 될 서울 공릉동을 찾았다. 주민들은 정부의 행복주택 사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수혜대상인 대학생들은 한껏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생 이지훈(22)씨는 "대학생용 임대주택 위주로 구성된다는 것은 희소식"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인중개사 이모(51·여)씨도 "학생들이 모여살면 상권 자체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상가 임대료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복주택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임대주택에 들어오는 대학생들로 인해 동네 분위기도 어수선해지고 집값도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임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베이비부머 등 인근 중소 임대업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김진태(59)씨는 "이 지역도 원룸을 임대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가 나서서 임대주택을 지으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임대업을 한다는 박경태(45)씨는 "200세대면 지역 임대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서울과기대의 기숙사 신규 건립이 더 큰 위협요소"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미 1600여명 규모의 기숙사를 가지고 있는 서울과기대가 900여명 규모의 기숙사를 새로 짓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강북과 달리 잠실·송파지구는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공릉지구가 폐선부지 위에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것과 달리 송파·잠실지구는 유수지 위에 자리잡기 때문이다.

정부는 잠실지구의 경우 7만4000㎡의 부지에 1800가구를 짓겠다고 했다. 송파지구는 11만㎡의 사업부지에 1600가구가 들어선다.

이모(47)씨는 "유수지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다. 이씨의 말대로 유수지를 멀리서 보면 나무 등이 많아 쾌적해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곳곳에 끼어있는 이끼가 한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비가 오면 악취가 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잠실지구 인근에 거주한다는 김모(48)씨는 "비오면 악취도 심하고 물이 넘칠까 불안한데 거주 환경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지금 상황만 보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조건이 괜찮아도 살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모(39·여)씨는 "뉴스를 보니까 유수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행복주택 사업을 한다더라"며 '악취제거 기술을 적용한다던데 그 이후에도 냄새가 잡히지 않으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은퇴자등 임대사업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모(61)씨는 "잠실지구와 송파지구를 합하면 3400가구"라며 "인근 가락시영아파트에도 1300여 가구의 임대물량이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임대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지역경기가 살아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인중개사 김모(47)씨는 "1800가구가 동시에 들어오면 상권이 살아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주변 상권의 임대료가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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