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무더위와 힘겨루기

'에어컨 가동'...언감생심
가장 오래된 위민2관, 최근 '자외선 필름' 부착

© News1 안은나 기자

청와대 직원들이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름철 전력난을 우려하며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자신은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며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올 여름 실외기온이 28도 이상일 때만 사무실 내에 에어컨 등 전기 냉방기를 가동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낮 온도가 영상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청와대 에어컨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의 낮 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이 8일이었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었다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 집무실 등이 있는 본관 뿐 아니라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들과 비서관, 행정관들이 업무를 보는 위민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총 3개 동으로 구성된 위민관은 2004년 신축된 제1관을 제외하고 2관(1967년), 3관(1972년)은 지은 지 40년이 넘은 노후 건물들이라 더위와 추위에 더욱 취약하다.

20일 오후 3시께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기록했다. 바깥 기온이 이 정도되면 위민 2관의 실내온도는 30도를 훌쩍 뛰어 넘는다고 한다.

한 행정관은 "좁은 공간에 일하는 사람은 많다보니 열을 발산하는 옆 자리 동료가 때론 불편한 존재로 느껴질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가장 오래된 건물인 3층짜리 위민2관의 경우 아예 에어컨도 설치돼 있지 않다.

더구나 2층과 3층 복도를 따라 바람 길을 터 주던 로비는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회의실 등으로 개조돼 더 숨 막히는 공간으로 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달 들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실내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최근 각 방 유리창에 자외선 필름을 부착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라고 했다.

선풍기는 필수고 부채까지 등장했다. 한 직원은 "얼마전 삼청동에서 부채 전시회를 하길래 하나 장만했다"며 "요즘 같은 때는 부채가 제법 쓸만하다"고 말했다.

무더위와의 힘겨루기는 청와대 직원들의 복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우선 넥타이를 착용하고 출퇴근하는 직원은 거의 찾아 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허 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은 웃옷을 벗고 노타이 셔츠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장에서부터 탈권위주의가 느껴지지 않냐"고 했다.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선 대체로 "대통령까지 나선 마당에 청와대가 솔선수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업무효율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오는 분위기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