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디자인' 강조하는 이유
각종 회의, 공식 행사 때 마다 언급
모호한 '창조경제' 쉽게 풀어 설명
朴대통령 화법 '무한반복' 특징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들어 자주 인용해 사용하는 말이 있다.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Design is loving others)'이라는 표현이다.
이번 주 들어 각종 회의나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이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다.
박 대통령은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면서 "저는 창조경제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사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손님을 더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민을 더 만족시킬 수 있을까, 농사짓는 분은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배려와 끝없는 노력을 했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서비스도 좋아질 수 있고 결국 창조경제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청와대를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장(CEO)를 접견한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이 표현을 인용하면서 "페이스북도 그렇고 벤처도 그렇고 이런 사업들이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해 주고 더 안전하게 해 주고 더 즐겁게 해 주고 더 소통을 용이하게 해 주고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더 나아가서 배려, 이것으로써 시작이 된다고 생각할 때 창조경제도 사람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점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9일 '2013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면서 "몇십년전엔 가격으로 제품 경쟁을 했고 그 다음엔 제품의 질로 경쟁했는데 지금 시대엔 디자인으로 경쟁한다는 말이 있다"며 "디자인은 창조경제와 굉장히 맥이 닿아 있는 데 디자인을 다른 말로 정의하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사랑으로 연결돼 발전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해야 한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즐겨 쓰는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표현은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한 신문에 "언젠가 아들이 어버이날에 아내에게 선물한 쿠폰을 어깨 너머로 보고 디자인에 관련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쿠폰마다 세차하기, 설거지하기, 빨래하기 등이 만기일과 함께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맨 마지막 쿠폰인 엄마를 사랑하기에는 '만기 없음' 이라고 적힌 걸 보고 눈물을 짓는 아내의 모습에 김 회장은 "이게 바로 디자인이구나.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 회장의 이 표현이 디자인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풀어낸 것이라면 박 대통령에게는 '창조경제'를 설명하기 위한 최적의 '툴(도구)'로 활용되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디자인이 담고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 사랑, 감동 이런 요소들이 '창조경제'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패러다임인 '창조경제'는 여전히 개념의 모호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냥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성격상 좀 더 쉽게 설명할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했을 것"이라며 "그 결과물이 아니겠나"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화법(話法)의 특징은 어려운 표현은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적절한 비유를 즐겨 사용한다는 점이다.
취임 후 부처 업무보고에서의 일화다. 보고자가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표현을 쓰자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멍석깔기로 표현하는 게 국민들에게 훨씬 와닿지 않겠냐"고 했다.
무한 반복하는 경향도 박 대통령 화법의 또다른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국정철학, 주요 정책에 관한 것일수록 무한 반복의 정도가 더 강하다.
말 그대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다보면 저절로 외울 정도가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국정현안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게 없다"면서도 "이런저런 논란도 있고 (성과 면에서도) 지지부진한 창조경제에 마음이 많이 쓰이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nyhu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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