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일본은 언제 갈까?

미국 다녀온 朴대통령, 내달 하순 중국 방문 확정
러시아는 9월 G20정상회의 계기로 방문 '협의 중'
'日우경화' 등 양국 관계 경색 따라 러시아 보다 밀릴 수도

역대 대통령의 경우 한반도 주변 4강(强) 국가와의 취임 후 첫 정상외교에서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순서를 따랐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 미국 다음에 중국 방문이란 '파격'을 택해 "우리 정부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일본이 뒤로 밀려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올 2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순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협력 대상 순위를 제시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일본 정부의 우경화 경향으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일본보다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5~10일 미국을 방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내달 하순엔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한중정상회담에 나설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의 두 번째 대상 국가로 중국을 택한 것은 핵(核) 문제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도모하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한러정상회담은 오는 9월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하는 방안이 양국 정부 간에 논의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은 주변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및 우선순위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우 9월 G20정상회의 참석을 감안해 대통령 방문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 또는 한일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관련해선) 양자관계 동향 등을 고려해 추진한다는 원칙 외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여권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우경화 등을 감안할 때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취임 초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란 역사적 입장은 1000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고 밝힌 이래로 일제 강점기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줄곧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 측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종군 위안부 강제 동원 부정,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을 통해 우리 국민의 대일(對日) 감정을 자극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등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은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를 이루고 경제·안보협력을 하는데 중요한 나라"라면서도 "일본 정치인들의 시대 퇴행적인 역사 인식이 동북아 국가들이 힘을 합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거듭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일본과의 공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과거사 문제를 외면한 채 일본과 마주앉을 순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측의 태도 변화가 선행(先行)되지 않는 한 한일관계도 상당기간 '냉각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이 오는 7월 말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자국 내 정치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판단 아래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일본의 우경화 기조 또한 한층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8월15일 광복절(일본의 종전기념일)에 맞춰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에 앞서 일본이 아닌 '제3국'을 먼저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아울러 청와대 주변에선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내달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아니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관한 사항이 비중 있게 거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7월 선거가 박 대통령의 방일(訪日)이나 한일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을 포함한 향후 한일관계 설정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 같다"면서도 "외교란 항상 상대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이달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중국 측의 요청으로 연기된 연례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추후 상황을 감안해 가급적 연내 개최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이달 말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박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다자(多者) 및 양자(兩者)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간의 외교 분쟁이 격화되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