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김정은 '도박' 시도, 결코 성공 못해"(종합)

햄리 美CSIS소장 접견… 北 비판하며 이례적 '김정은' 실명 언급
"내달 방중 때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토록 대화 나눌 것"
日지도층 우경화..."기대와는 정반대"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를 예방한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일행을 접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13.5.23/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을 '도박'에 비유하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일행을 접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核)개발을 동시에 하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북한 측의 태도를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이어, 북한이 지난 18~20일 사흘 연속으로 동해상에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등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데 대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북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또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고 있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유도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라며 "(이번 방중 때) 중국이 그런 방향에 있어서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을 적극적으로 미칠 수 있도록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도발하면 대가를 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떤 대가도 없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관되게 분명한 메시지로 한 목소리를 내야 않겠느냐"며 "그래야 북한도 전략적 변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테고 만약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나선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힘을 합해서 지원해야 되는 게 맞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과 관련해 "북핵문제를 남북간 틀 속에서 보다 좀 더 큰 틀 속에서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찾아 보자는 것"이라며 "북한도 참여할 수 있겠지만 만약 참여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국가들이 계속 신뢰와 협력을 쌓아감으로써 그것이 북한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이) 다자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하고도 일맥상통한다"며 "미국과 한국이 공동 프로젝트로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우경화에 따른 한일간 갈등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일본 정치인들의 시대 퇴행적인 역사 인식은 한국과 미국 뿐 아니라 한미일 공조까지도 발목을 잡고 아시아 국가들의 화합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면 거기에 걸맞게 세계 속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정치 지도자들 또한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한데, 제가 기대했던 것 하고 완전히 반대"라며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일간의 갈등이 1~2년 장기화 조짐도 있고 그럴 경우 동북아 평화 협력 추진이 가능하겠냐'는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영어 속담이 있듯이 trust building(신뢰구축)도 저는 어떤 의미에선 습관이라고 생각한다"며 "재난.테러.원자력 안전 문제 등 비정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협력을 하다 보면 그 바탕 위에서 더 깊은 민감한 문제들도 실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만간 500기가 넘는 원전에서 쏟아낼 핵폐기물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처리할지 국제사회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헌데 미국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존 햄리 CSIS 소장이 "그런 역할을 한국이 수행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핵무기 없는 세계 비전은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반도에서 그런 비전을 실천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같은 걸 해보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물론 시행착오도 거치겠지만 성공하면 이란이나 다른 데도 성공 못 시키겠냐"며 "대한민국은 그런 챔피언이 될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햄리 소장 등에게 "CSIS가 미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에 2년 연속 선정된 것으로 들었다"며 축하 인사를 전한 뒤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 사이에 소통이 원활히 되도록 많은 활동을 펼쳐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접견엔 햄리 소장과 함께 리처드 아미티지 CSIS 이사, 마이클 그린·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또 청와대에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김형진 외교비서관, 김행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