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선공약, '공약 가계부'서 수정되나
경제여건 악화·부처 반발에 재원조달 계획 등 '난항'
朴도 속도조절 주문 및 "현실에 맞게 고쳐가야" 언급
정부가 이달 중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정투자 계획 및 재원마련 대책을 담은 '공약 가계부'를 확정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정부 예산으로 추진되는 박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 적잖이 수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의 악화와 각 부처 및 정치권의 반발 등으로 인해 필요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자신의 공약 이행 등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세입(稅入) 기반 확충과 부처별 세출(稅出) 구조조정 등의 기본 방향을 논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올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기초연금 도입,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관련 보장성 강화 등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이 가운데 53조원을 세입 확충으로, 또 82조원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각 부처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을 당초 계획 대비 30% 삭감해 올해 24조원 규모에서 5년 뒤 17조원 규모로 줄이고, 산업 분야 예산은 10% 이상, 농식품과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같은 기간 5~10% 정도 예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각 부처가 소관 예산이 깎일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세출 구조조정 방침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경제여건 악화로 세입 확충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관련 재원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의뢰로 작성한 '저성장의 거시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근로소득세수 3500억원, 법인세수는 45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세수가 덜 걷힐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재원 확보를 위해 '과도한 SOC 예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는 각 부처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어디서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부분이 대해선 이견이 많다"면서 "이 문제는 부처 간 논의는 물론, 향후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OC 예산의 경우 도로 건설 등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현안 사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설령 정부가 향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의 과정에서 이 부분에 손을 대더라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예산의 경우 각종 공약사업으로 인해 그 수요가 대폭 늘어났지만, 박 대통령 스스로 일단 세율을 올리는 '증세(增稅)'엔 반대 입장을 갖고 있어 관련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은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세입 확충의 한 방법으로 제시했지만, 이 또한 "그 범위와 정도 등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듯, 회의 당시 "올해와 내년 경제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SOC 투자 등을 급격히 줄이면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도 있다"면서 경기상황을 고려한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세출 구조조정이든 비과세·감면 정비든 일거에 모든 것을 하기보다는 시범사업을 확실히 성공시키고, 그것을 모범사례로 해서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산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해선 "사회통합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서도 "일각에선 '골목상권 등 서민·중산층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만큼 세심하게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부처별 예산 집행 정도와 그 효율 등을 따져보면 불요불급한 부분이 왜 없겠냐"면서도 "그러나 지역 SOC 사업 등의 경우 충분한 공감대 확보 없이 축소·폐지 등의 얘기가 나오게 되면 당장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SOC의 경우 임대형 민자 사업(BTL) 등을 통해 민간 자본을 활용하고, 복지 분야 또한 민간 영역과의 협조를 통해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을 줄이면서도 공약 이행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새 정부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민간과의 협업(協業)"이라며 "모든 복지를 정부가 혼자 다 하겠다고 생각지 말고, 민간과의 연계를 통해 서로 시너지를 내고 활성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공약 가계부'가 10%라면 나머지 90%는 실천이다. 그 실천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 국회 입법 절차"라며 "당·정·청간에 협력을 잘해 공약 사업과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6월 임시국회 입법을 준비하고, 야당에도 적극 설명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제여건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경우 결과적으로 공약 이행에도 차질이 올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정부 전체적으론 우선 임기 내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부터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줄 것을 독려해왔지만 재정여건 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공약 이행 우선순위 등에 있어 보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역 발전 공약과 관련해서도 "지방 사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최선을 다해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지역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아직 추계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공약에 대한 수정 및 보완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5일 국내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공약 지상주의'에 대한 우려에 "공약을 하면 가능한 한 지켜야 하는데, 대선후보 시절엔 정보를 잘 몰라서 재정추계가 정확하게 안 된 게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건 현실에 맞게 고쳐가면서 '이건 이렇기 때문에 수정·보완하겠다'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득해나갈 생각이다. '이건 (공약으로) 만들었으니까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공약사항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도 늘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정부는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이 부분을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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