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代이은 인연' 故 남덕우 전 총리 조문(종합)
"'한강의 기적' 이루는데 큰 역할… 남긴 발자취 커"
"경제 등 나라 방향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줘"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일원동 삼성 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내 조의(弔意)를 표시한데 이어,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낮 12시쯤 빈소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고인의 영전에 헌화하고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한 뒤 조문했다.
조문록엔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총리님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는 글을 남겼다.
박 대통령은 또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선 거듭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시하며 위로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사회 원로 인사 등의 빈소를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 이는 박 대통령이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대(代)'를 이어 고인과 인연을 맺어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인은 박 대통령의 모교(母校)인 서강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1969년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고인이 교수 시절 펴낸 '가격론(論)'을 보고 "정부 경제정책에 상당히 비판적이던데 어디 한번 직접 맡아 해 보라"며 장관직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고인은 1974~78년엔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아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을 주도, '한강의 기적'을 이끈 인물이란 평을 듣고 있다.
특히 고인이 경제부총리로 일했을 당시는 박 대통령은 모친 고(故) 육영수 여사를 '흉탄'에 여의고 '퍼스트레이디'로서 처음 국정을 경험하던 시절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현 정부 들어 박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제(制)를 '부활'시킨 배경엔 "최근 대내외 경제위기 상황을 관리하려면 과거 남 전 총리가 했던 것과 같은 역할이 국정운영에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란 해석이 나왔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이날 조문 뒤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요즘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이 어떻게 이런 경제성장을 이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고인이) 큰 역할을 하셨다"면서 "남기신 발자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대통령 경제특보였던 남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을 도와 박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를 챙겼으며, 이후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던 날에도 곁을 지켰던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또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2년엔 후원회장을, 그리고 2006년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선후보로 나선 박 대통령의 경제자문단 '좌장'을 맡아 정책 자문 등을 하며 각별한 신뢰를 쌓았다.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근혜노믹스'가 기본 틀을 갖춘 것도 대략 이 시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고인은 '학현학파'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학계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서강학파'의 대부로서 그의 제자 그룹에 속하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은 2007년에 이어 지난해 대선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의 관련 정책 개발을 지원했었다.
고인 또한 작년 대선 과정에선 대외적으로 직함을 갖고 활동하진 않았지만, 종종 박 대통령에게 정책 현안에 관한 조언을 해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생전의 고인을 공식석상에서 마주한 것은 취임 뒤인 올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 초청 오찬 간담회 때가 마지막으로, 당시 박 대통령은 자신의 바로 옆에 고인의 자리를 마련했었다.
또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자격으로 오찬에 참석한 고인은 박 대통령에게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며 "민주주의의 가치와 시장경제 준수를 미래세대에 잘 교육해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박 대통령은 "(고인이)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회상하며 "나라의 큰 어른이 이렇게 떠나시니까 마음이 허전하다"고 거듭 고인을 애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이제 나라를 더 잘 발전시키고 국민행복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그 허전한 마음을 딛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먹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그는 유족들에게도 "건강하시라"면서 "(고인이) 나라를 위해 경제를 살리고 5000년 가난을 벗어나게 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하면서 위로를 받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유족들은 박 대통령에게 "바쁜데 와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 대통령은 남 전 총리 장례식의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과 이홍구 전 총리에게도 "수고하신다"고 격려하며 "(고인의 유족을) 가족 같이 생각하고 모든 걸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한 회장은 "(고인이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병상에서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봤다고 한다"고 전했고, 이 전 총리는 "(고인이 박 대통령) 취임을 보고 본인으로선 '꼭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 18일 지병과 노환이 겹쳐 향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남 전 총리 빈소 조문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함께 청와대에선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이정현 정무·조원동 경제·주철기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 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ys417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