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정부 농산물 할인지원 직전 가격 올려…농식품부는 방치

감사원, 농식품부 사업 점검…중소 배제·대형에 수백억 집중
대형 6개 업체, 313개 품목 중 132개 행사 직전 가격 올려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5.8.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할인 지원사업을 운영하면서 중소 유통업체를 배제하고 대형업체 요구를 받아들여 수백억 원 규모의 할인 지원을 집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할인 효과가 소비자보다는 대형 업체에 귀속되고,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수행한 주요 사업을 점검한 결과, 농산물 할인 지원사업이 대형 유통업체 위주로 운영되고 비축 물량 관리와 가격 전망 과정에서도 다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사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중소 유통업체를 배제하고 대형 업체 요구에 따라 지정 외 품목까지 할인 지원을 허용, 2023년 2~5월에 사과·애호박 등 48개 품목에 33억 8000만 원을 추가 지원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예비비 119억 원을 투입해 대형 업체 전용 할인 행사를 운영하면서 중소업체는 배제했다. 아울러 할인 지원 품목을 선정할 때 가격상승률만을 고려해 소비자 지출 비중이 큰 오이·대파·마늘 등이 제외돼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가 미흡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형 유통업체가 할인 행사 직전 가격을 인상해 할인 효과가 업체 이익으로 귀속되는 상황을 방치했다.

실제 2023년 6~12월 대형 6개 업체가 행사한 313개 품목 중 132개가 행사 직전 가격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45개 품목은 20% 이상 인상된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 행사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이를 묵인한 채 사업을 계속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역시 비축 배추를 조기 방출해 가격 안정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aT는 2024년 여름철 수급 안정을 위해 9000톤의 봄배추를 비축했지만, 가격이 안정적인 7~8월 초에만 4169톤을 방출했다.

이로 인해 9월 가격 급등기에 대응할 물량이 바닥나 10㎏당 가격이 4만 1483원까지 치솟았는데도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aT가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기계적 방출계획을 수립·집행한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배추 가격 전망 과정에서 저장업체 조사를 누락해 심각한 예측 오류를 초래했다. 농경연은 2024년 9월 배추 가격을 10㎏당 1만 5000원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가격은 2만 4873원으로 40% 가까운 오차가 발생했다. 이는 저장업체의 저장량과 출하 시기를 조사하지 않은 탓으로, 최근 3년간 여름철 전망 오차율이 최대 48%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감사는 농식품부의 농산물 가격 안정 정책과 농지관리 업무의 실효성 점검을 위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총 25일간 진행됐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 후 할인 행사 방지 모니터링 체계 구축 △중소유통업체 배제 금지 △계절별 지출 비중 반영 품목 지정 등을 통보했다.

또 aT 사장에게는 수급 상황과 무관한 조기 방출을 금지하도록 농산물 비축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으며, 농경연 원장에게는 저장업체 조사 없이 가격 전망을 내놓는 일이 없도록 농업관측 업무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