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은 왜 5년 전 "총선 불출마선언' 다시 꺼냈을까

김한길 민주통합당 전 최고위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당무위원회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당무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 임기에 대해 유권해석한다. 2012.12.24/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김한길 의원이 6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우리는 다 역사의 죄인입니다'는 자책과 심기일전의 새출발을 독려하는 글이 잔잔한 파문을 낳고 있다.

그는정확히 5년전인 2008년 1월6일 17대 대선 패배를 사죄하면서 발표한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문'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했다. " 어떤 기도문에 나오는 말, ‘지나치게 자기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게 하시고’라는 구절은, 정치인들이 늘 새겨야 할 말이라고 여기면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대선 패배 이후 우리당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매우 아픕니다. 나를 버려서 우리당이 살아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우선 나부터 기득권을 버려야겠기에 18대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저를 지지하고 후원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는 2007년 말 치른 17대 대선 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으나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18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17대 총선 때 서울의 열린우리당 당선자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만큼 기반이 탄탄한 상황이었지만 "우리 당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총선에서 승리가 담보된 사람이 내려놓아야 책임지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5년이 흐른 6일, 김 의원은 다시 올린 글에서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 죄인이니까. 그래야 다시 희망을 일구어낼 수 있으니까"라며 "이제 우리는 모두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9일 선출될 예정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었다. 박기춘 원내대표와 당내 쇄신파 의원들이 직접 김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인터넷 홈피 글 전문

저는 2007년 대선에서 명목 뿐인 공동선대

위원장 중의 한명이었을 뿐, 실제로 책임져야 할만큼의 역할을 담당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제 지역구(서울,구로을)는 17대총선에서 서울의 우리

당 당선자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을만큼 기반이 탄탄한 상황이

었습니다. 상대당에서도 선뜻 후보로 나서겠다는 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꾸로 판단했습니다. 우리당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총

선에서 승리가 담보된 사람이 내려놓아야 책임지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야 우리편 지지자들이 노여움을 푸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곧 이어질 4월 총선에서 우리당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표를 주실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곧 이어진 18대 총선에서, 저는 아내와 함께 우리당 후보들을 돕기 위해 전

국의 박빙 지역구들을 찾아가 지원유세를 가졌습니다. 96곳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오로지 대선패배 이후 이어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참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대선패배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고 물러났으니까 이제 그만 화를 푸시고

이 후보만은 꼭 국회로 보내주십시오”

지원유세에서 제가 유권자들께 이렇게 호소하면, 제 옆에 섰던 후보들 중 여

러분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여의도를 떠난 후, 4년을 조용히 칩거하며 지냈습니다. 내 나름대로

의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었습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을 빼앗긴데 책임지고 물러났으니까 정권을 다

시 찾아올 책임도 있다’고 저를 설득하는 분들의 말씀에 따라, 저는 갑자기,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낯선 지역구인 광진갑에 출마해 당선돼서 여의도로

돌아왔습니다.

2012년 총선 결과는 의외의 패배였습니다.

지도부가 사퇴하고 나서 며칠도 안돼서, ‘이-박연대’라는 이름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 직을 나눠갖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결코 대선

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저는 아무 사전준비도 없었지만 당대표 경선

에 나섰습니다. 놀랍게도 당원과 대의원 분들이 제게 가장 많은 표를 주셨지

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대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점은 지금도 매우 아쉬

운 대목입니다. (거기에 제 책임은 없는가 지금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한번 대선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제게 선대위에서 명목상의 어떤 직함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고위전략회의 멤버라고 발표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회의는 대선 기간

내내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가 지원유세를 가졌습니다. 전국적으로 모두 137개 지역구였

다고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었습니다.

악몽같은 2012년, 우리는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고도 하고,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를 졌다고도 합니

다. 분명한 건 너무나 뼈 아픈 패배라는 것이고, 민주당의 일선에 선 사람들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친노니 비노니 하고 책임의 경중

을 따지는 것조차 민망할만큼, 우리 모두에게 처절한 반성과 맨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는 성찰, 그리고 엄중한 자숙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이번 대선패배 이후의 며칠 동안 –5년 전과 똑같이- 신문도 뉴스도 보

기가 싫었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게 과연 희망

이라는 것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일까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요즈음도 –5년 전과 똑같이- 민주당에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

람이 없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합니다. 다시 정신차려야 합니다.

치열하게 아파해야 하고, 두려울지라도 우리의 상처를 직시해야 합니다. 그

래야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 죄인이니까. 그래야 다시 희망을 일구어낼 수 있으니까.

sangw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