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경파 무차별 '직진'…李대통령 빛 날 장면 덮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여야 특검법 협의 파기…유엔총회엔 조희대 청문회
"당이 李 지지율 까먹어" 지적에도…지선 앞두고 당심 우선행보 이어질 듯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9차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의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기고 있다. 2025.9.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성과가 주목받아야 할 시점마다 여당의 강경파가 주도한 이슈들이 대통령 성과를 희석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당심을 의식한 강경한 주장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전날(9월 10일) 여야가 협의한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수정안이 강성 지지층의 반발로 하루 만에 파기됐다.

당시 정청래 대표가 협의를 뒤집자 김병기 원내대표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사태가 커졌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투톱 갈등까지 노출된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 개편과 내란규명은 맞바꿀 수 없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며 일단락됐지만 한동안 여진이 계속됐다.

지난달 24일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도 상황이 유사하다. 유엔총회에 앞서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도로 의결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와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이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여기에 청문회 개최가 지도부와 사전교감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 공개되며 이목이 쏠렸다.

이런 현상에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당내 강경파들이 정국을 주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이슈들이 이 대통령의 성과를 의도적으로 덮은 것은 아닐지라도 세밀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지난달 정부조직법 본회의 통과 직후 브리핑에서 "당의 목소리가 유독 커 보일 때도 있고 때론 무질서해 보일 때가 있다는 점을 잘 안다"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개혁의 길을 가는 중에 있을 수 있는 언론·국민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언급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다.

문제는 현재의 흐름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지율에는 강경 행보를 부담스러워하는 온건 지지층과 중도층의 인식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일 CBS라디오에서 "당이 대통령 지지율을 받쳐줘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 당이 까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였다면 이런 사안들에 대해 결정을 유보하고 당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가졌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감지된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강경한 당심에 구애하는 행보가 우선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 출석을 강제하는 법안이나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는 검찰의 상고를 막는 법안 등이 거론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이슈메이커는 당 대표나 여당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당의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빛을 가릴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속도나 강약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