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韓 국회의원 첫 WP 기고…"조지아 사태 한미관계 변곡점"

"한미동맹 성과 집약된 상징적 현장 단속…명백한 악수"
"中 동맹 이간 전략적 의도, 잘못 관리 땐 반미정서 되살아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한미동맹 관련 기고문을 게재했다. 한국 국회의원이 WP에 칼럼을 실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공개돼 시기적으로 주목된다.

이 대표는 23일(현지시간) WP 기고문에서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이민 당국의 대규모 단속을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한미동맹의 신뢰를 시험대에 올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동맹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투자 환경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며 "지금 한국의 역동적인 젊은 세대가 이번 조지아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은 향후 20~30년 한미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 사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6년 사드(THAAD) 보복 사태, 중국의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등을 언급하며 젊은 세대의 집단 경험이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반미·반중의 변곡점으로 작용해왔다고 짚었다.

젊은 시절에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반공 이데올로기의 근간을 형성했듯, 개인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에 각인된 대외 인식은 이후 정치 성향과 세대 정체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조지아주는 동맹의 성과가 집약된 상징적 현장이었다"며 "현대차와 LG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수천 명의 미국인을 고용할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 현장에서 발생한 이번 단속은 투자의 신뢰를 흔드는 명백한 악수(惡手)"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에 구금된 475명 중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인력도 포함돼 있었고, 본국의 가족과 기업은 왜, 어떻게 그들이 구금되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며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은 투자 의사 결정에 필수적인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프로젝트 지연과 지역사회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전략적 의도도 경고했다. 이 대표는 "중국은 이번 사태를 집중 보도하면서 '미국 투자 불안정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동맹을 이간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움직임"이라며 "만약 이번 사태를 잘못 관리한다면 과거의 반미 정서가 되살아나고 동맹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베트남전·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파병하면서 미국의 안보적 이해를 뒷받침해온 '능동적 동맹'임을 강조하며 "앞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해군력 강화를 비롯한 미국의 안보 구상에 기꺼이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해법으로는 호주와 싱가포르 사례처럼 미국 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해외 기술 인력이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전용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미 미국 의회에서도 영 김 하원의원의 H.R.4687 법안이 건설적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양국이 함께 추진한다면 조지아 사태는 불안 요인이 아니라 협력 강화를 위한 역사적 계기로 전환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미 양국은 한국전쟁에서 자유를 지켜낸 때로부터 오늘날 인도·태평양 전략에 이르기까지 숱한 도전을 함께 극복해왔다"며 "이번 조지아 사태를 계기로 양국이 제도를 정비하고 신뢰를 공고히 한다면 한미동맹은 안보를 넘어 글로벌 번영의 파트너십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