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고의 역적"vs"배신자" 치열…탄핵의 강 건너지 못한 국힘 전대
양극단 달려가는 탄반·탄찬 후보 발언…尹·전한길 두고 서로 맹공
전당대회 이후 당내 내홍 수습 '난망'…갈 길 잃은 중도표심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오는 2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예정된 다가온 가운데 당권주자들이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탄핵 찬반과 관계없이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 속에 중도 주자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 후보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100분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탄핵반대파' 후보로 분류된다. 이들에 앞서 장동혁, 김문수 당 대표 후보가 참석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태우 후보는 당 지도부의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전당대회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 "전한길 선생께서 적절한 정도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전 씨를 감쌌다. 김민수 후보는 "전 대표는 12월 3일 이후 국민의힘이 굉장히 어려웠을 때 혜성같이 날아왔다"고 했다.
이들 후보들은 모두 당내에서 '반탄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전 씨가 탄핵을 반대하는 이른바 아스팔트 지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탄반파 당대표 후보들도 연일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장동혁 후보는 전날 TV토론회에서 윤어게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반국가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만큼은 당대표가 되더라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선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그런데 누가 총부리를 겨눈 적이 있나. (계엄으로) 누가 다치거나 어떻게 된 사람이 있나"라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 본선 투표의 경우 당원 투표 비중이 80% 반영된다. 아직까지 당원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반대하는 기류가 깔려있는 만큼, 탄반파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탄반파 후보들이 대거 출마한 만큼, 내부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연일 선명하고 강경한 메시지가 쏟아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찬탄파가 온건한 메시지를 내는 건 아니다. 조경태 의원은 전날 TV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만고의 역적이다. 국민들에게 총칼을 겨눈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특검팀의 체포 영장 시도를 거부하는 모습을 두고선 "건달보다 못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께서 참으로 허탈했을 것"이라며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김근식 후보도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보수의 심장 대구가 아니라 심장병에 걸린 대구, 정신 차리십시오"라고도 했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아직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원들이 탄핵을 넘어서야 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아직 탄핵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은 탄핵 찬성, 반대와 관계없이 선명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명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인식이 당내에 깔려있는 모습인데, 현역 의원 후보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있다"이라며 "일단 당권을 잡고 나서 확장성을 꾀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했다.
후보들의 메시지가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당내 '중도 세력'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누가 당권을 쥐든 간에 이후의 내홍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도층' 흡수에 노력을 기울이는 후보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정도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전한길 씨 논란에 대해 "배신자라는 구호 때문에 징계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조금 더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도록 설득하고 같이 가는 쪽으로 노력하면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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