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입법전쟁 앞두고 여의도 로비전 '치열'

6월 임시국회 입법전쟁을 앞두고 여의도 국회 주변의 대기업 대관업무(대 정부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비은행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 재계가 민감해하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본격적인 국회 심사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관업무는 대기업 담당자들이 정부, 국회 등이 기업 경영 환경과 관련한 입법과 행정절차를 진행할 경우 진행상황, 경위 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입장을 정부나 국회측에 전달하는 일을 총칭한다.
19대 국회에 접어들어 경제민주화 등 정책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대기업들이 대관업무의 무게 중심을 국회로 옮겨오고 있다.
한 대기업 국회 대관업무 담당자는 24일 "지난 국회와 이명박 정권까지만 하더라도 대관업무의 초점은 국회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각 부처와 청와대였다"며 "그러나 19대 국회들어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회로 대관업무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국회 보좌진과 대관업무 담당자들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최근 국회 대관업무 담당 인력을 신설하거나 보강하고 있다.
국회 보좌관과 비서관 출신들이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여권 모 중진 의원 보좌관 출신은 최근 4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의 대관업무 담당자로 영입됐다.
한 여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들어 의원회관을 찾는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숫자가 확실히 늘어났고, 보좌진 출신도 많이 눈에 띈다"며 "주변 시선을 의식해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어 국회 외부에서 따로 보좌진 등과 접촉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각 기업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주된 관심 분야도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물류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기 때문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향배에 최대 관심을 두고 있다.
생명·증권·카드 등 비은행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 삼성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더불어 금융계열사 대주주 적격성 강화 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대주주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순환출자 구조가 깨지면서 그룹 지배구조 자체에 지각 변동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그룹 본사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각 계열사별로 국회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정보력과 조직 규모가 월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야로 나눠 담당하는 다른 대기업 대관업무와 달리 주요 국회 상임위별로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고 한다.
경제민주화 법안 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통상임금 문제와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노사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관심이 모아져 있다. 환노위 법안에 대해선 특히 강성 노조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LTE(롱텀에볼루션) 주파수 할당 문제를 두고 여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주파수 정책 권한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갖고 있지만, 자사의 논리와 명분을 미래부를 소관 부처로 하는 미방위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통신 3사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의원실 문턱을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경제민주화 논의와 이른바 '갑(甲)의 횡포'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또다른 대기업 국회 대관업무 담당자는 "대기업이 마치 '죄인'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입법 로비는 꿈도 못꾼다"며 "지금은 논리적으로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는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학연·지연 등을 총동원하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다가는 의원과 보좌진들로부터 퇴짜를 맞기가 일쑤"라며 "기업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만 가져도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풍부한 인력을 대관업무 담당자로 전진 배치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화학업체가 관련 분야의 전문인력을 대관업무에 발탁해 정치권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는 식이다.
이처럼 재계에 대한 국회 문턱이 높아진 것과 달리 이른바 '을(乙)'의 목소리는 연일 국회에서 힘이 실리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여야는 경쟁적으로 불공정 갑을관계 개선을 위한 간담회 등을 통해 고충을 듣고 있다.
국회 정론관 역시 민주당 등 야당 의원의 주선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계와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대리점주 등의 기자회견이 줄을 잇는다.
한 여당 보좌진은 "예전 같으면 노동계 등에서는 여당 의원실을 잘 찾아오지 않았을 뿐더라, 여당 의원과 만날 기회가 잘 없었지만 지금은 여야를 불문하고 비정규직 등 노동계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분위기"이라고 전했다.
y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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