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새정치는 與野 양비론?

여야는 '적대적 공생관계', 진영정치는 '낡은 정치유물'로 규정
여야·전문가들 "아직도 원론적 얘기만…구체적 이야기를 할 때"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8일 5.18민주화운동 33주년기념식에 참석한 후 광주 동구 신양파크호텔에서 지지포럼과의 간담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3.5.1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독자세력화를 천명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가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17~18일 부산과 광주 등 영호남을 넘나드는 일정을 통해 지지자 및 기자들을 대상으로 세차례 간담회를 갖고 그가 생각해온 새정치,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이 자신의 입을 통해 밝힌 새정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기득권 정치체제 청산 △진영정치라는 낡은 정치유물 걷어내기 △대한민국의 전반적 구조개혁 △소수 엘리트 중심이 아니라 다수 생활인이 참여하는 생활정치 등으로 요약된다.

그는 18일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한 기득권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이념 과잉과 배제의 정치는 진영정치라는 낡은 정치 유물을 만들었다"며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기득권 정치체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를 '적대적 공생관계', 진영 정치를 '낡은 정치 유물'로 나란히 규정해 청산해야 할 기득권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그간 자신을 '경쟁적 협력자'라고 러브콜을 보냈던 민주당을 '기득권 체제'의 한축으로 규정, 새정치의 동반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안 의원은 5·18을 맞은 광주의 정신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관성에 젖고, 기득권에 물든 기성정치가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꽃을 피우기보다, 여야 모두 오로지 그 열매와 과실을 향유하는 것에만 열중했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이는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이 '희생'과 '헌신'보다 오로지 지역주의라는 이념에만 몰두해온 탓"이라며 민주당을 정면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자신들의 '안방'이라던 광주에서 희생과 헌신은 하지 않고, 새누리당과 대결적 구도에서 파생한 지역주의에 편승해 기득권을 유지해왔다는 말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엔 "현재 정치권내에서 어떤 부분을 나누거나, 한 부분을 갖고 경쟁하는 건 근시안적 접근"이라며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인구구조 등 우리나라를 끌고왔던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삐걱대고 있는데 그 좁은 정치분야, 그 속에서도 여야를 나누고 거기서 또 (야권을) 나누면서 서로 권력을 쟁취하겠다고 싸우는 것보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민주당과 '좁은' 야권내 주도권을 다투는 경쟁자가 아니라, '더 큰 정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대선때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새정치 어젠더를 내세웠지만 정치세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제 자신 스스로 부족한 탓에 실현하지 못햇다"며 "지난 대선과정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에 대해서도 "어떤 그릇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채운다는 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신다면 그에 맞는 그릇을 함께 만들겠다"며 "형식보단 사람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한 분들도 있지만 문호를 활짝 개방해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 고민을 나누고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야는 '민의 실현을 위한 정치'에 일견 공감하면서도 안 의원의 새정치 구상이 여전히 원론에 머무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9일 뉴스1과 통화에서 "좀더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안 의원은 자기 주식 문제 때문에 국회 원칙과 관행을 무시한 채 상임위 배정을 회피하고 다른 상임위로 갔지 않나. 자신의 작은 기득권에 연연하신 분이 남의 기득권에 대해 얘기하면서 새정치를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병수 사무총장도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실천하는 게 '새정치'든 '헌정치'든간에 국회의원들이 해야할 일이 아니겠냐"며 "안 의원이 정치권을 '기득권'으로 규정하는 자체가 구태의연한 정치공학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역에서도 보면 당 공천을 못 받은 사람들이 '안철수 신당'을 바라보고 있다"며 "그런 사람을 모아놓고 새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폄훼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 의원이 여전히 원론적 입장과 자신의 정치 지향성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기성 정치권을 계속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새 정치를 할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자신이 말하는 새정치의 내용을 한번도 성과로 보인 적 없는 안 의원이 여야를 싸잡아 비난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chach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