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안철수 광주 간담회 모두 발언
오늘 아침 33번째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다녀왔다. 그리고 국립 5·18 국립묘지 곳곳을 참배했다.
묘비마다 아들, 아버지,누이 잃은 절절한 사연이 맺혀 있었다. 비석 앞에 계시는 유가족의 손은 참 무거웠다. 내딛는 걸음마다 조심스러웠다. 그 길에 광주정신을 다시 생각해봤다.
우리가 기억하는 5·18은 너무 큰 아픔이엇지만 이후 광주는 희망이었다. 한동안 광주정신은 시대의 슬픔을 넘어 대한민국 이정표를 세우는 커다란 좌표였다.
하지만 지금 그 좌표가 흔들리고 있다. 등대가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있다. 관성에 젖고 기득권에 물든 기성정치가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꽃을 피우기보다 여야 모두 오로지 그 열매와 과실을 향유하는데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아가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이 희생과 헌신 보다 오로지 지역주의라는 이념에만 몰두해온 탓이다.
대선때 이런 방향의 문제제기로 새정치 어젠더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치세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제 자신 스스로 부족한 탓에 실현하지 못했다.
또 그때를 돌아보면 한없이 부족했던 저였음에도 광주는 제게 특별한 성원과 기대를 보내주셨다.
저는 그것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무소속 후보였던 저를 충장로에서, 대학에서 반갑게 맞아주고 손 잡아주던 광주의 손들을 잊을 수 없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개인 안철수가 아닌 광주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미래, 내일을 여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는 것을, 저를 통해 표시한 것이란 잘 알고 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또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고, 뜻을 함께 할 좋은 동반자들이 필요하고, 또 많은 분들의 믿음과 지지도 필요하다. 아울러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몇가지 과제도 있다.
첫째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기득권 정치체제를 청산해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제도와 절차의 수준에 정치행태와 문화가 따라가지 못했다.
금권정치, 보수정치, 밀실정치를 극복하기도 전에 배제와 증오, 이념과잉의 정치가 자리잡았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한 기득권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는 민주주의에 맞는 내용과 문화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87체제는 시대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늘의 모순을 방치하고 결과적으로 심화·확산시켰다.
저는 단언한다. 지금 정치로는 결코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두번째 진영 장막을 걷어 내야 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이념과잉과 배제의 정치는 진영정치라는 낡은 정치유물을 만들었다.
칭찬과 격려가 없는 정치, 양보와 타협이 없는 정치가 지속돼왔다. 상대방은 인정되지 않았다. 옳은 것도 자기진영 논리가 아니면 배척됐다. 중도는 용납되지 않았다. 진영의 권력쟁취만을 위한 정치 계속돼왔다. 다원화되고 중층화된 현대사회 각종문제에 이념과잉 기계적 논리는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했다. 그 속에서 국민은 외면받고 배제됐다.
저는 지난 대선 출마 이후 끊임없이 어느 한편에 설 것을 요구받았다. 저는 결코 편가르기 정치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
분명히 약속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 하지 않겠다.오직 국민 편에 서겠다.
세번째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의제를 국민들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대한민국의 전반적 구조개혁으로 바꿔야한다.
정치는 더 이상 개인 권력에 집착하지 말고 공동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정치 관심이 선거에 집중돼 있다. 선거를 위해 정책을 만든다 해도 과언 아니다. 국회의원도, 지자체장도, 눈으로 드러나는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
땅을 파고 무엇을 세우고 무엇을 옮겨 눈에 드러나는 것이 정치라 생각한다. 건물을 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삶을 세우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삶을 채워야한다. 국민들 삶의 문제, 질 좋은 성장, 교육 복지 의료 등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잇다.
네번째 정치의 주체세력이 넓고 다양하게 바뀌어야한다.
우선 정치는 소수엘리트 중심 정치가 아니라 다수 생활인, 즉 경제현장, 노동현장, 정치현장 등에서 전문성 쌓고 문제의식 가진 분들이 참여하는 생활정치여야 한다.
또한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 우리나라 구조개혁에 동참할 분, 적대적 공생관계와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분들이 필요한 때다.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 의사를 정확하고 바르게 대변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우리 정치가 힘있고 목소리 큰 사람들이 힘있고 목소리 큰 사람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목소리 작은 분들, 목소리 내기도 지친 분들 대변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한다.
적극적으로 민심을 담아낼 논의의 장도 펼쳐야한다. 정치가 그런 장을 만들어갈때 87년의 헌신과 희생으로 일군 귀한 민주주의가 바르게 이어갈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공유하고 상의하겠다.
덧붙여 광주는 한국정치의 물줄기 바꿔왔다. 과거 광주가 그래왔듯 지금 광주 역시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씨앗이 돼주시고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 저는 그 마중물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멀리서 저를 응원해주신 마음들, 한순간도 잊지않고 무겁게 간직하겠다.
오늘 참배길에서 배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님 무거운 손, 초심 잃지 말라는 그 말씀 가슴깊이 새기겠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린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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