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대모 박영숙 이사장 빈소 여성 조문객 줄이어(종합)
차분한 분위기 속 끊임없는 조문행렬
'여성운동가' 한명숙·김상희·남윤인순 상주 역할 맡아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들 떠올리며 고인 기려
17일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정치가로 활동한 그의 삶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성 조문객들이 유달리 많았다.
오전 11시부터 조문객들을 맞이한 빈소는 오후 7시 현재까지도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조문객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화환과 조기도 이시각까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조문객들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여성운동계의 대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 뒤 삼삼오오 모여앉아 그를 추억했다.
여성운동에 투신하다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낸 한명숙 의원은 "선생님과는 여성운동을 같이하던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선생님은 항상 후배들을 북돋아주셨고 일년에 두 차례씩 불러다 밥을 지어주셨다. 동치미가 어쩜 그렇게 맛있었는 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박 전 이사장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과 나는 늦은 결혼에 아들 하나씩을 뒀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만나면 아들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며 "선생님의 남편이신 안병무 박사님(1996년 작고)은 굉장히 재치있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이사장의 가족들과 함께 상주 역할을 맡은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박 선생님은 굉장히 인간적으로 따뜻했던 분"이라며 "후배들이 굉장히 존경했기 때문에 그 분이 부르시면 한 번에 30~40명씩 몰려가곤 했다"고 전했다.
80년대부터 박 전 이사장과 인연을 맺어온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박 선생님은 이례적으로 여성 운동가이면서도 환경에 관심이 많아 나와 여성환경연대를 만들기도 했다"며 "여성운동이나 환경운동, 정치까지 선생님은 내 인생의 멘토였다"고 말했다.
안철수재단(現 동그라미재단)의 이사로 이사장직을 맡았던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윤정숙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얼마 전 댁으로 찾아뵌 적이 있었는 데 그때 이사장님은 '나는 일을 할 때면 꼭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이사장님은 아프실 때도 자료를 보시면서 공부를 하실 정도로 모든 일에 정말 열정을 다하셨다"고 전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미경·원혜영·이목희·김현미·이인영·유승희·이학영 민주당 의원,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장이정수·남미정·정규리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대표),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이보은 전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남상민 UNESCAP(UN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환경담당관,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미영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인숙·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이철순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이사장, 오혜란 두런두런 상임이사 등이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
암으로 투병하다 이날 새벽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박 전 이사장은 평양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기독교여자청년회(YWCA)에서 여성 운동과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1999년에는 우리나라 시민 사회 최초의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을 만들었다.
호주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가족법 개정 추진에 앞장섰고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탁아법 제정 등을 이뤄냈다. 환경부의 위상을 높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도 큰 역할을 했다.
1987년에는 평민당에 입당, 정계에 입문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말년에는 미래포럼, 여성평화외교포럼 이사장으로 활동했으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설립한 '안철수재단(現 동그라미 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꿈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은 지난해 건강이 악화되면서 9개월 전부터 입원해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k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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