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국정 엄중 시기에…", 보훈처 5·18 논란 자초 '뭇매'
박승춘 보훈처장 전력 다시 도마에...朴대통령 불통도 부각
국가보훈처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보훈처의 결정에 5·18 관련 단체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5·18 기념식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기념식 당일에도 농성과 침묵시위, 100만 서명운동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박근혜 정부의 첫 5·18기념식이 반쪽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졌다.
광주광역시와 5·18 관련 단체 등 310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원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행사에서 제창하도록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 측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논란이 커지자 보훈처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증폭되고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로 박근혜 정부 초반 정국이 휘청거린데다 경제와 안보 상황이 위중한 가운데 국론을 모아야 할 때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여야 모두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광주 출신인 유수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흘러갈 문제가 아닌데 보훈처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며 "보훈처가 광주의 정서를 생각해준다면 관련 단체의 동의 절차가 필요했다. 광주의 정서가 있으니 보훈처가 한발짝 물러서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지난 2008년을 마지막으로 4년간 5·18기념식에 불참해 '홀대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민대통합'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첫 5·18기념식을 반쪽 자리로 전락시킬 만큼 보훈처의 명분이 설득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동·진보단체 '민중의례' 때 애국가 대신 불리는 노래로,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제창 거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참석자 중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어정쩡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제창과 합창이라는 어쩌면 '말장난'에 불과할 수 있는 형식 문제를 두고 보훈처가 5·18 관련 단체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혼란의 1차적 책임은 명백히 보훈처에 있다. 국민대통합 정신을 위해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해야 한다"며 "'주먹을 쥐고 흔들며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이라도 해야 기념식장에서 제창할 수 있다는 게 보훈처의 뜻이냐"고 보훈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역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보훈처의 결정은 5·18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격하시킨 문제를 승화시켜 다시 국민 통합에 앞장섰어야 하는데 벽두부터 이렇게 실망감과 분노를 주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훈처의 어정쩡한 태도에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는 "보훈처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여권 최고위층의 눈치를 본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논란의 책임자인 박승춘 보훈처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보훈처장에 임명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인 안현태씨의 국립묘지 기습 안장 등으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오른 점 역시 새삼 부각되고 있다. 박 처장은 육사 27기로 11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후배이기도 한다.
당시 감사원은 박 처장이 안씨의 현충원 안장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고, 이로 인해 새 정부 들어 박 처장의 교체가 예상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예상외로 박 처장을 유임시켰다. 유임 당시 박 처장 본인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유임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y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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