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 패배 분석 토론회서 '쓴소리' 이어져
1·2부에 걸쳐 4시간 3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는 성경룡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강기정·김경협·김용익·김윤덕·민병두·박남춘·윤관석·윤호중·이원욱·전해철·최민희·최재성·홍영표·홍종학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한길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에 당 차원에서 만든 대선평가위원회 보고서의 정책 부분을 보면 우리 당이 경제민주화나 복지와 같은 큰 제목들을 선점하는 것까지는 잘했는데 그것을 민생과 직결된 생활형 정책으로 제시하는데는 새누리당에게 못미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하는 데에 83% 정도가 동의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생활밀착형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답한 분이 무려 96%에 달한다"고소개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에 우리 민주당이 앞으로 을(乙)을 위한 정당이 되자고 말한 것도 이런 요구가 감안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우리가 대선을 평가하는 일은 대선 패배의 쓰라린 경험을 약으로 삼아서 우리 민주당이 더 건강해지자는 것"이라며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는다는 이유로 특정한 개인이나 특정 세력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갖춰서 그것이 또 다른 정쟁의 계기가 되는 일만은 없어야 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토론에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의 공약 차별화, 후보 단일화 과정 등에서의 패배 요인을 두고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성경룡 교수는 "18대 대선은 이기기 힘든 선거로 출발해 이길 수도 있는 선거로 막을 내렸다"며 "문재인 후보의 늦은 출사, 장기간 동안 존재한 민주당 디스카운드, 불완전한 후보 단일화에 따른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이탈 등은 108만 표의 격차를 넘어서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민주당과 민주진보 진영은 일차적으로 유연한 신 진보노선과 핵심 정책과제를 분명히 밝혀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를 지지한 48%와 그 이상의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존재를 뚜렷하게 재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 다음으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선거기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교수는 민주당의 대선 공약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선점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라는 시대정신이 대선국면에서 민주당의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크게 상실했다"며 "보수당이 '좌클릭'을 감행한 이후에도 새누리당과의 정체성 차별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역단위에서 민생관련 공약을 전파하고 유권자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려는 선거운동에서 적지않은 결함을 보였다"며 "특히 지역이나 자영업자 조직이나 노인들의 경우 인터넷, SNS 등의 사각지대에 있는 집단으로 면대면 활동이 중요하지만 민주당의 지역조직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었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김상조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은 시민단체처럼 사고하고 행동했고, 심지어 선거국면에서도 그랬다"며 "과장을 섞어 표현하면 문재인 후보의 공약 자료집을 읽어보면, 이 부분은 어느 시민단체의 입장을 기초로 한 것이고 누가 초안을 썼는지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혹평하자면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정책팀은 시민단체의 요구들을 모두 쓸어 담아 열거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신뢰를 주지 못했고 그래서 패배했다"며 "하나하나의 공약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공약 전체의 체계적 합리성이 부족했고 그 충돌을 극복할 당과 후보의 리더십이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시민사회의 근본주의적 요구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 위에 진보진영 내부의 성역 없는 토론을 통해 우선순위의 선택 기준을 마련하고, 그것을 몸에 체화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육성해야 한다"며 "5년은 긴 기간이 아니며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부 토론에서는 경제, 복지, 한반도 평화 등 주요 분야별 대선 정책 평가가 이어졌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의 통일·외교·국방 정책을 중심으로 대선 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호혜적 상호이익을 위한 남북 경제협력,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북한 및 대륙진출, 유능한 안보, 평화선도외교와 균형외교 등 타 후보를 압도하고 민주정부의 정책을 발전시키면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많은 정책을 개발했다"면서도 "그간 진보진영의 약점으로 평가 받았던 성장과 안보에서 진보가 유능하다는 프레임을 강력하게 형성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최대 이슈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NLL공세는 본질적으로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왜곡한 신종 북풍이었다"며 "후보가 NLL은 사실상의 영해선이므로 이를 반드시 사수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진석 교수는 민주당 보건복지 공약에 대해 "새누리당 공약은 국민이 지금껏 가지고 있던 것을 지켜주겠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던 반면, 민주당의 공약은 지금껏 국민이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약속하는 내용이었다"며 극심한 민생 불안을 경험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지금껏 가지고 있던 것을 지켜주겠다는 것이 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의) 좌편향 정책으로 인해 정치적 지지의 확장력을 잃었다는 일각의 분석은 현실을 오도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이러한 일각의 그릇된 인식은 민주당 강령에서 '보편적 복지'를 삭제하려는 시도로까지 이어졌다. 널뛰기식으로 이뤄지는 중도노선으로의 회귀는 정치적 지지의 확장이 아닌 정치적 신뢰의 상실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복지국가를 향한 선거 때의 약속이 허언이 아니라는 정치적, 정책적 메시지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이를 위한 정책 행보를 지속해야 한다"며 "이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김진방 교수는 경제민주화 공약 등 경제 분야 정책에 대해 "양당의 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많은 국민들이 그 차이를 인지하고 나름대로 판단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는 내용 문제보다도 정책적 고민에 투입한 시간 자체가 부족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정에 있어서도 공유와 확산이 부족했다"며 "내용과 과정에서 훨씬 더 오랜 시간과 더 많은 노력의 투입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당과 연구원 주도의 계획과 실행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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