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도 '영양식'…만성적 식량난 해소 못한 北, 식자재 다양화

소형 가축 효용성·영양 선전…식량 자급 전략 일환

지난달 평양을 여행한 러시아 인스타그래머(@tataofficial)가 공개한 평양 식당. 메뉴판에 '비둘기 튀기(튀김)'와 각종 비둘기 요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비둘기 고기를 '고급 요리'로 소비하고 있다. 장기화한 식량난 속에서 소형가금류 사육과 영양 관리, 과학기술 농업을 앞세운 '생활형 단백질' 다양화 기조가 이어지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분석이 11일 나온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인플루언서가 공개한 영상 속 평양의 한 식당 메뉴판에는 '비둘기 요리'가 등장한다. 이 식당에선 '비둘기 튀기(튀김)'를 비롯한 다양한 비둘기 요리를 판다고 한다.

북한은 그간 내부적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둘기 고기를 영양·회복에 좋은 식재료로 소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일부 음식점에서 꿩·메추리나 비둘기 요리가 '특식'으로 언급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탈북민은 "비둘기 고기가 몸에 좋다는 선전이 있었다"며 "남한처럼 길에 있는 비둘기를 먹는 게 아니라 식용으로 따로 사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둘기 고기 소비는 식량난·단백질 부족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읽힌다. 북한은 토끼·메추리·오리·염소 등 소형가축·가금류 사육을 지속해서 장려해 왔으며, 학교·군부대·협동농장 단위에서 '단백질 자급 체계'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왔다. 다른 가축에 비해 작은 공간에서 사육이 가능하고 사료 부담도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토끼는 번식력이 좋아 북한이 가정은 물론 기업소 등 일터에서도 '후방 사업'의 일환으로 사육을 장려하고 있다. 고기는 식용으로 쓰고 토끼 가죽으로 공산품도 만드는 등 '효율'이 좋은 가축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영양 관리와 과학기술 농업에 공을 들일 것을 각 부문에 주문하고 있다. 농업과학·온실·새 품종 개발 등 '기술 담론'을 부각해 식량 불안정을 상쇄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도 과학기술에 의한 농업 혁명을 강조하며 생산량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단백질 공급 불안정을 덮기 위해 보건·영양 문제와 과학기술을 결합해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착시용 선전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