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체화된 '5호 담당제'…드론전에 취약한 이유"
"탈영 감시하는 '정치 군인' 배치돼 전술적 행동 어려웠을 수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 주민 감시 수단으로 시행되는 '5호 담당제'가 군대에도 적용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드론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는 관측이 15일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군 피해 규모가 사망 300여 명, 부상 2700여 명으로 사상자 수가 3000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고 보고했다.
이어 입수한 북한군 전투영상을 분석한 결과 △무의미한 원거리 드론 조준사격 △후방 화력 지원 없는 돌격 전술 △러시아의 북한군 활용 방식 등이 결과적으로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일부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5호 담당제'를 체화한 북한군이 서로의 탈영 예방을 위해 소규모 병력 이동이 어려운 전술을 훈련받아 왔기에, 분산식 각개 전투가 필요한 드론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5호 담당제'란 북한에서 5가구마다 1명의 담당 선전원을 배치해 가정생활 전체를 당이 지도한다는 명목 아래 감시·통제하는 제도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5호 담당제'의 감시 담당자와 같은 '정치군인'이 현장에도 배치돼 실제 전장에 소규모 병력이 투입되더라도, 군인들이 전술적으로 행동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드론이 출연하면 소대나 분대 병력이 분산되어 각개 전투가 필요한데, 소수 병력이 움직이면 자칫 탈영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한 전술적 행동을 취하지 못한 탓에 초기 전장에서 드론 공격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 제8특수작전연대(CCO)가 3일간 북한군 50여 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다쳤다고 주장한 것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북한군의 분대 규모는 보통 10~15명으로, 소대의 경우 40~60명 정도로 추측된다. 따라서 최 교수는 "당시 소대 병력에 해당하는 숫자가 한 번에 전멸한 것으로 보아 북한군의 소대 병력 분산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군이 드론전에 적응하면서 전투 조건을 조정하는 식으로 '진화'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교수는 러시아 파병된 북한군은 유사시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 산악지대를 빠르게 타고 이동해 우리 군의 후방을 급습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특작부대 역할을 하기에 적응만 한다면 드론 방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위원도 러시아군에 비해 북한군의 전투 전문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장기화된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 군인들은 징집되거나, 혹은 돈을 주고 사 온 용병들이 더 많기 때문에 북한군보다 전문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경우 기본적으로 군 복무 의무가 10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생포된 군인들의 나이가 20세와 26세로, 통상 북한은 18세부터 입대를 한다는 전제로 따지면 보기엔 어리더라도 군 경력이 꽤 있는 '전문가'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기 대응은 어려웠을 수 있지만 일단 환경에 적응만 하면 드론전에서 이들을 활용한 더 효과적인 전술을 체득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최근 우크라이나 매체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은 쿠르스크 전장 환경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 대변인 야로슬라프 체푸르니 중령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고도로 숙달된 전투 능력을 지닌 보병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들은 소형 무기를 잘 사용하며 잘 훈련돼 있다"라며 "이들이 놀랍도록 많은 수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한 사령관은 북한 군인들에 비하면 2022년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북한군이 감시초소를 추가 설치하고 최대 6명의 소규모 단위로 분산해 집결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이는 드론 피해 줄이기 위해 소규모 분산 전술 도입하는 고육책 적용하며 현대전 대응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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