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현수막 없어져 "정치적 소행" 신고…잡고보니 '남편 약값' 벌려던 노인
불법 광고물 보상받아 남편 신장 치료비 보태려 떼어가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정치적 소행으로 의심됐던 정치인의 명절 현수막 도난 사건은, 한 노인이 남편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현수막을 떼어 간 소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울산 남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이혜인 의원에 따르면 이 의원은 추석을 앞둔 지난달 26일 남구 신정동 상가 인근 난간에 '풍성한 한가위, 주민 삶에 힘이 되는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문구의 인사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3일 이 의원은 해당 현수막이 잘려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정치적 이유로 현수막이 훼손된 것'이라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인근 CCTV를 확인한 결과, 현수막을 가져간 사람은 한 고령의 여성이었다.
해당 여성은 남편의 신장 투석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여부를 따지지 않은 채 주변의 현수막 여러 장을 함께 걷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남구는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운영 중이며 현수막 1장당 1000~1500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사연을 들은 이 의원은 즉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이 의원은 "그분에게 현수막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다"며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누군가의 사정을 헤아리기보다 의심부터 했다는 점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할머니께 직접 연락을 드리고 찾아뵐 예정"이라고 밝혔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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