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암각화 '카이네틱댐', 실효성 논쟁으로 번지나

임시방책이지만 최소 '1년6개월' 시간 걸려
울산 맑은 물 공급사업 성사 시 '예산·시간낭비'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16일 오후 전격 합의한 '카이네틱댐' 조감도© News1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카이네틱댐으로 합의한 가운데 임시방책으로서 카이네틱댐에 대한 실효성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암각화 전문가 및 댐수위조절안을 주장해온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조차 임시방책으로서 카이네틱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논쟁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시방책이 1년 6개월?

‘카이네틱댐’은 항구적인 암각화 보존방안이 아니다.

16일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협약내용대로 암각화 보존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감안, 암각화의 침수를 막기 위한 임시적인 방안이다.

'변화무쌍하다'는 의미의 카이네틱댐 기본 개념에 따라 항구적인 방안을 찾게 되면 걷어내야 한다.

문제는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의도대로 카이네틱댐이 얼마나 신속하게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낼 수 있느냐다.

그러나 그 같은 신속성에서 카이네틱댐은 큰 실익이 없다.

당장 올 여름 암각화 침수를 방치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적어도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은 걸린다는 게 전문가 및 여권 일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에 따르면 카이네틱댐을 설치하는 데는 설계 3개월에 제작 1~2개월, 조립 1~2개월 등 6~7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사전조사와 테스트. 당장 다음 주께 부터 카이네틱댐 설치를 위해 관계기관 위원이 선임돼 지질이나 암반상태, 구조역학 등 사전조사에 돌입한다. 이 기간이 3개월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전테스트.

반구대 암각화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곳에 똑같이 카이네틱댐을 설치해 홍수 시 상태를 살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협약 내용의 취지이자 핵심인 ‘즉시’라는 용어에 카이네틱댐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암각화 전문가 및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17일 오전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댐수위 조절을 위한 사연댐 수문설치가 2년 정도 걸린다지만 그것은 정확한 수량조절을 전제할 때”라며 “사연댐 자체적으로 이미 수위조절 기능이 어느 정도 있는 만큼 댐 수위를 당장이라서 낮추면 올 여름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낼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울산시 수질연구소가 최근 1년 이상 진행한 수질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연댐물이 2급과 3급을 오가면서 낙동강물의 수질과 별 차이가 없는 만큼 실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스1이 17일 오전 한국수자원공사에 확인한 결과 사연댐물은 어느 정도 수위조절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연댐의 경우 천상저수장으로 관로가 설치돼 있다. 비록 많은 양을 한꺼번에 뺄 수는 없지만 시간을 조금 두면 단기간에 수위를 낮출 수는 있다”고 말했다.

◇예산 및 시간낭비?

카이네틱댐이 임시방편인 만큼 암각화 보존의 항구적인 방안을 생각할 때 국무총리실에서 추진 중인 울산 맑은 물 공급사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카이네틱댐을 설치키로 합의했지만 울산 맑은 물 공급사업은 암각화의 항구적인 보존방안으로 계속 추진될 예정이다.

게다가 최근 성과도 조금씩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17일 오전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카이네틱댐이 설치된다고 울산 맑은 물 공급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항구적인 보존방안으로 계속 추진 중”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일정 부분의 성과까지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만약 1년6개월 이상 걸리는 카이네틱댐 설치 도중 울산 맑은 물 공급 사업이 성사될 경우 임시방책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공중에 떠버리게 된다.

물론 맑은 물을 울산에 가져오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카이네틱댐의 필요성에 대해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암각화를 보존하는데 카이네틱댐이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예산낭비에 대한 지적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생긴다.

임시적으로 사연댐과 수질이 비슷한 낙동강물의 양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무엇보다 늪처럼 주로 고인물에서만 사용돼온 카이네틱댐이 홍수 시 엄청난 수압이 생기는 반구대 암각화 부근에서는 아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카이네틱댐을 설치하는 데는 80억 정도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가운데 울산시가 30%, 문화재청이 70%를 부담키로 돼 있다.

문화재위원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시간낭비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다음 주 중으로 카이네틱댐 설치를 위해 관계기관 위원들이 선임돼 3개월 간의 사전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문화재위원회 심의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뉴스1 취재결과 문화재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카이네틱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재위원회 관계자들은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친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카이네틱댐은 암각화와 가까운 지반을 4미터 이상 파고, 벽면 절개도 필요한 만큼 자칫 암각화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위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반대의견이 거세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전문위원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17일 오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카이네틱댐 설치를 위해 3개월 간의 사전조사가 끝나면 문화재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과연 통과되겠냐”고 의문을 제시했다.

또 “카이네틱댐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례가 없고, 전 세계적으로도 고작 두 군데 정도밖에 설치되지 않았다”며 “외국 사례에서도 주로 늪처럼 고인 물에서 사용됐고, 설치를 위해서는 5~10미터 정도의 지하를 파고, 양쪽 벽면 역시 절개해 파일을 고정해야 하는 만큼 훼손이 분명히 일어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때문에 이 방안은 이미 수리 전문가들까지도 대부분 반대한 방안으로 하나의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데 어떻게 논의가 이렇게까지 진행됐는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고위 부서에서 여러 가지 사회갈등 현안이 많은 가운데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성급하게 서두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역 야권도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합의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울산 물 문제 해결 등을 통한 항구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16일 오후 논평에서 “10년 동안 갈등을 빚어온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과 관련해 정부와 울산시, 관련기관이 합의를 도출했다는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 하지만 카이네틱 댐은 반구대 암각화를 지금 물에서 건져내기 위한 임시방편이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반구대암각화와 주변 환경까지 원형을 보존하는 방안과 울산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울산시당도 17일 중으로 논평을 내고 비슷한 내용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ucas02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