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비리 근원 ‘경쟁교육’…교육혁신 요구 봇물

특목고 진학을 위한 귀족학교로 불렸던 국제중학교에서 다수의 입학비리가 드러나 ‘경쟁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실시한 영훈·대원국제중학교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두 학교는 신입생 부정선발부터 교사채용, 성적조작, 학교운영·회계, 공사계약 등 50여건의 비리와 편법을 저질렀다.
특히 입학관리를 총괄하는 교감, 입학관리부장 등의 주도로 부정입학을 조직적으로 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제기됐던 부유층자녀 입학과 금품이 오간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은 학교관계자 11명을 검찰 고발, 10명은 파면 등의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검찰이 두 학교 비리와 관련해 수사에 돌입하면서 수사결과에 따라 교육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중 비리 “경쟁교육이 만든 예견된 사태”
두 학교가 ‘부정·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이 높아지면서 국제중 폐지 요구와 함께 경쟁교육을 표방한 특목고·자사고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21일 “이번 비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중이 대입입시 명문고인 특목고·자사고 입학을 위한 사다리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며 “학생을 볼모로 돈 장사하는 학교와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중은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특목고 진학을 위한 귀족학교로 변질했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명문고로 가는 징검다리로 전락하면서 비리와 부정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띤 것이다.
하 대변인은 “국제중은 공교육과 한참 거리가 먼 커리큘럼, 값비싼 등록금, 교육기회 불균등 문제가 많다”며 “이번 비리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 만들어 놓은 폐단과 학벌중시 풍토에서 빚어진 예견된 사태”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시절 당시 교육부는 국제중이 귀족학교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카드를 내세워 설립을 강행했다. 정부가 국제중 비리 유발자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국제중 존폐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국 지자체에선 국제(중)학교 설립 움직임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육부가 각 지자체의 국제중 설립을 포함한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을 여과 없이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이념갈등 여전히 매몰…학교혁신 요구 꿈틀
교육계 안팎에선 온갖 폐단과 비리를 양산해 내는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창의교육을 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상호신뢰를 바탕에 둔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며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커리큘럼에서 벗어난 창의교육이 한국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치열한 경쟁과 입시위주의 공교육 정책을 완화하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어왔다. 대표적 사례가 ‘혁신학교’ 정책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로 나뉜 교육계 내부에서 이념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혁신학교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김형태 의원은 “혁신학교는 경기도와 서울 일부지역에서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 공교육의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이는 사학비리, 이념갈등을 타파하고 행복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에서 실시한 교육만족도 조사에서 22개 혁신학교 만족도가 해마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과분석에서 일반고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고, 기초학력 미달비율도 점차 감소했다.
그러나 서울지역의 경우 보수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지난해 12월 취임한 후 혁신학교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일부 교육계의 비난이 잇따른다. 학교 혁신이라는 큰 틀 속에 진행되는 교장공모제, 학생인권존중 정책도 표류 중이다.
교육학계 한 관계자는 “국제중 사태는 끊임없이 제기돼 온 사학·입학 비리 등 여러 폐단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러한 입시위주, 경쟁교육 폐단을 보고도 교육계가 언제까지 보혁갈등에 매몰된 채 교육 혁신을 방관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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