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꾸는' 노숙인, 호텔리어 되다
순박하지만 묘한 자신감이 배어있는 말투였다. '호텔리어' 교육 첫 날, 10년 차 '노숙인' 김현관(47)씨는 "앞으로 만들 호텔 이름까지 지어놨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호텔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취재진 앞에 선 김씨는 "이런 머리는 처음이지만 웃음이 난다. 기분이 좋다"며 "희망은 보이지만 내가 노력하기에 달려있다. 최선을 다해 살겠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 했다.
서울시와 조선호텔은 20일부터 성동구 노숙인 자활 보호시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 등 20명을 대상으로 '호텔리어' 교육을 시작했다. 김씨를 포함한 수강생들은 31일까지 10일간 서울 조선호텔에서 진행하는 하우스 키핑·기물관리 등 현장실습 교육과 이미지 메이킹·자존감 회복 등 이론 교육을 통해 '호텔리어'로 거듭난다.
이들은 내달 3일 치러지는 수료식 뒤 조선호텔 협력업체 등 사장단 면접을 거쳐 본격적으로 서울시 특급 호텔에서 일하게 된다. 기물 관리와 객실 청소, 로비담당 등 업무를 맡게 될 수료생들은 파견직 형태로 전원 취업이 보장돼 있다. 최대 135~14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날 교육에 참가한 '사연' 많은 수강생들은 그동안 편견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교육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이장우(38)씨는 "10년 간 다니던 봉제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밀린 월급도 받지 못했고 그 뒤로 여러가지 사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약 1년 전부터 '거리노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2달 여 뒤 성동구 '게스트하우스'의 '거리노숙 상담'을 통해 해당 시설에 머물 수 있게 됐고 그 뒤부터 이씨는 본격적으로 자활 의지를 다졌다.
"사람관계도 멀어지고 하다보니 적개심을 가졌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하던 이씨는 "그러나 (시설 생활을 통해) 협력과 사람들 간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이씨는 "첫 월급 받으면 하고 싶은 것 많지만 그 돈을 종잣돈으로 삼아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호텔리어 스쿨 1기 교육'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호(45)씨는 "면접 때 외모를 안본다고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외관상 보이는)치아가 안좋아서 최종까지 붙고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노숙인들에게 첫째로 일자리, 둘째로는 건강과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금 내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취업을 통해 안정적 직장과 안정적인 생활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다른 수강생들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열심히 하겠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첫 날이라서 그런지 수업시간에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쓰라'는 주문에 수줍은 듯 책을 손으로 가리고 필기 내용을 보여주려 하지 않거나 몰려든 취재진이 부담스러운지 "교육을 받으러 왔지 촬영하러 온 건 아니지 않으냐"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수강생들도 있었다.
이번 교육을 기획한 김승우 성동구 게스트하우스 기획과장은 "우리 시설에서는 10명을 뽑았는데 70명이 몰릴 정도로 많은 분들이 지원해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신용불량이런 자격 기준 보다도 책임감, 의무감, 성실성을 가장 큰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 분들이 교육에 참여하면서 일자리를 얻게 됐으니까 외모 상으로 웃음을 되찾았고 자신감을 갖게됐다"며 "이 분들뿐만 아니라 노숙인 쉼터에 있는 다른 분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자활센터에는 도박·알콜중독을 갖고 계신 분이 많이 없긴 한데 가끔 경마장 같은데 가시는 분들이 계셨다"며 "그런데 경마장 출입하시면 이런 모집과정에서 자격자체를 박탈하다 보니 경마장 같은 도박 시설 출입을 안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담당자는 "시 차원에서 노숙인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가지고 자활할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 외에도 바리스타 교육, 영농사업·학교 등 많은 자활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특히 신용회복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서 노숙인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가질 수 있게 도와 다시 시설로 들어온다는지 그런 일 없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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