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샀는데 여왕벌 왜 없냐' 양봉업자 살해한 70대 징역 20년

시신 유기까지…법원 "생명 침해 절대 용인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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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뉴스1) 강교현 기자 = 2년 전 구매한 벌통에 여왕벌이 없다는 이유로 양봉업자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유기까지 한 70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정영하 부장판사)는 18일 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A 씨(74)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1월 27일 오전 9시 45분께 전북 정읍시 북면의 한 양봉 움막에서 양봉업자 B 씨(77)의 얼굴과 머리 등을 10여차례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인근 도랑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의 범행은 사건 발생 하루 뒤 112상황실에 "아버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아들이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당초 B 씨의 행적을 조사하던 경찰은 B 씨 소유의 차량에 흙이 묻어있고 블랙박스가 강제 분리된 점을 토대로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A 씨를 용의자로 특정, 주거지에 은신해 있던 그를 긴급체포한 뒤 자백을 받아냈다.

조사결과 A 씨는 B 씨를 살해한 뒤 현장에서 30m가량 떨어진 야산에 유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긴급 체포됐던 A 씨는 유치장에 입감된 후 속옷 안에 숨겨 가져간 독극물(살충제 성분)을 마셔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수사기관에서 A 씨는 "2년 전 구매한 벌통에 여왕벌이 없어서 얻으러 갔다가 B 씨와 마주쳤다. 이후 B 씨가 벌 절도범으로 의심하고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 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제외하면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74세의 고령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하지만 살인죄는 생명을 침해하는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인 점, 잠든 피해자를 찾아가 계획적으로 매우 잔혹하게 범행을 저지른 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범행 이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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