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일가족살해사건]법원 "살해동기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법원이 전주 일가족 살해범 박모씨(24)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할 것를 요구했다. 일가족을 살해한 동기가 단순히 가정불화 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재판장 은택 부장판사는 23일 박씨에 대한 속행공판에서 검찰 측에 "이 사건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범행동기가 양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단순히 가정불화로 인한 범행이냐와 재산적 이익을 노린 범행이냐에 따라 양형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은 부장판사는 이어 "어릴적부터 피고인을 엄하게 대했던 아버지를 적개심 때문에 살해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라며 "그러나 어머니는 세상을 비관해 자살하려는 사람이었을 뿐이고, 특히 형은 성실한 사람으로 당시 하고 있던 사업이 어려웠다고 보기도 어려워 가족들이 살 가치가 없어 살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에는 박씨가 부모와 형을 살해한 이유가 '가정 불화로 인해 가족들이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표현돼 있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조사 결과 (다른 동기는) 확인이 불가능했다"라며 "피고인은 가족들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 내역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부모와 형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은 20억원에 달하지만 박씨가 이를 조회한 이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 부장판사는 "보험금은 차치하고 아버지가 운영했던 콩나물 공장만 하더라도 상당한 재산적 가치가 있다"라며 "1차 범행 대상에는 형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2차 범행에 형까지 대상으로 포함시킨 점, 아버지가 형에게 콩나물 공장 운영권을 넘겨주려고 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있는 점, 실제 피고인이 범행 직후 콩나물 공장의 매각을 추진한 점을 보면 공소사실의 범행 동기는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은 부장판사는 이어 "이 사건은 천인공노할 사건으로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이 시점에서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며 "범행동기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1월30일 오전 6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 3층 자택에서 연탄화덕에 불을 붙여 작은방과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버지(51)와 어머니(54), 형(26)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박씨는 일가족이 연탄가스를 마신 뒤 잠에서 깨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 당일 오전 0시께 부모에게 수면제를 탄 복분자 음료수를 마시게 했으며, 이날 오전 5시께 형에게도 수면제를 탄 우유를 마시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박씨는 같은달 7일 오후 11시50분께 부모가 잠들어 있는 방에 보일러 가스를 유입시키는 수법으로 부모를 살해하려 했으나 부모가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 집안의 재산이 보험금을 비롯해 동산과 부동산 등 총 5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0일 오후 2시20분 전주지법 2호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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