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를 꿈꾼 '이대우', 날개를 달아준 '검찰'

20일 오후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에서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이대우(46·사진)가 도주했다. 2013.5.20/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20일 오후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에서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이대우(46·사진)가 도주했다. 2013.5.20/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20일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에서 달아난 이대우씨(46)는 초임 수사관의 결정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주를 꿈 꾼 이씨에게 검찰이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21일 전주지검 남원지청 등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오후 2시52분께 전북 남원시 동충동 전주지검 남원지청 302호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소변을 보기 위해 수사관 1명과 함께 바로 맞은편 남자 화장실에 갔다.

수사관은 이씨가 소변을 볼 당시 화장실 밖에서 대기했다. 이후 이씨가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자 다시 검사실로 데려갔다. 하지만 바로 직후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문이 열려 있는 검사실까지 데려가긴 했지만 안에까지 들여보내지 않았던 것.

이씨가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는 '척' 하자, 수사관은 자신의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이씨는 그 새를 놓치지 않고 화장실 바로 옆 계단을 달려 내려가 유유히 검찰청사 현관문을 나섰다. 일련의 도주과정은 청사 내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관문 바로 옆에는 출입 시 민원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원이 상주하는 방이 있었지만, 당시 방에 있던 직원은 이씨를 제지하지 못했다.

청사를 빠져나간 이씨는 바로 옆 법원 건물쪽으로 내달려 담장을 뛰어넘었다. 뒤늦게 이씨의 도주사실을 확인한 수사관 2명이 이씨의 뒤를 쫓았다. 이씨는 추격을 받으며 인근 주택가로 계속 내달렸다.

지근거리의 추격전은 이씨가 한 건물 위로 순식간에 오르면서 끝이 났다. 이씨는 건물 옥상에서 수사관들 반대편 쪽으로 뛰어내렸다. 수사관들이 건물을 돌아 낙하지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이씨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

건물을 오를 당시 이씨의 손은 자유로웠다.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후 담을 넘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분명 수갑을 찬 상태였다. 이는 추격에 나선 수사관들에게 목격됐을 뿐 아니라 청사 현관에 설치된 CCTV 영상에서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씨가 주택가를 내달리는 과정에서 수갑을 손에서 뺀 게 아니라 특정 도구를 이용해 수갑을 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또한 이씨가 수갑을 풀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이씨는 길고 가느다란 도구를 이용해 수갑을 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일 전북 남원시 전주지방검찰청남원지청에서 절도범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타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13.05.20/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이씨의 도주를 준비된 범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3~4일 전부터 도주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련의 도주과정에서 이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고 볼만한 정황은 적어 보인다. 도주가 수사관의 결정적인 실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그같은 실수를 하리라고 이씨가 예상했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씨가 도주 후 이동 경로와 도피자금 마련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웠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도주가 성공했을 경우가 전제돼야 하며, 도주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한 경찰관은 "(구속) 피의자라면 누구나 항상 도주를 꿈꾼다"라며 "이씨의 경우 도주의 기회가 생겨 달아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뒤 오후 3시10분께 택시를 잡아타고 정읍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택시기사에게 최초 "정읍역으로 가자"고 말했으나, 이후 정읍으로 향하는 도중 목적지를 '정읍경찰서'로 바꿨다.

그러나 이씨는 정읍시 장명동 동초등학교 사거리에서 택시가 정차 중인 틈을 타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택시에서 내려 달아났다.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수배전단을 배포하고 이씨를 공개수배했다. 또 인력 140명을 투입해 정읍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 대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검찰도 자체 인력을 동원해 이씨를 추격하고 있다.

20일 전북 남원지청에서 절도혐의로 조사를 받던 이씨(남,46)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수갑을 찬 채 도주한 가운데 경찰들이 남원 시내 곳곳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2013.05.20/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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