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서남대 의대 폐지에 호남권 대학 '이삭줍기' 쟁탈전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대학본부 전경/뉴스1© News1

동부권 지역의 유일한 사립 4년제 종합대학이자 의과대학을 갖춘 서남대학교가 설립자의 각종 비리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991년 2월, 10개 학과 400명 신입생으로 시작한 서남대는 개교 이후 각종 비리행진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전횡을 휘둘렀던 설립자가 교비 등 1004억원의 횡령과 의대 부실운영으로 폐교 위기까지 직면했었지만, 다행히 교육부가 지난 7일 임시이사를 파견키로 해 '폐교'에서 한숨 돌린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서남대 의대(정원 50명)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의대유치를 염원했던 호남권 대학들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의대 정원은 250명, 전북지역은 235명이다.

전남 목포대 의대 유치 전남도민 결의대회(뉴스1 DB)© News1

◇전남권 대학들…'광역지자체 중 의대 없다' 명분 내세워 유치전

의대 유치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학은 전남 목포대학교다. 목포대는 지난해 3월부터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자 수는 최근까지 29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유치 열기가 뜨겁다.

국립대학인 목포대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는 것을 명분으로 1990년부터 최근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정부에 의대 신설을 건의해왔다. 2008년에는 '의과대학유치추진기획단'을 발족했는가 하면, 올해 초 서울에 '의과대학유치추진위원회 서울사무소'를 개소했다.

목포대는 인근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4년제 사립대학인 세한대학교(구 대불대학교)와 의대 유치를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세한대는 재단 산하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목포중앙병원)을 갖추고 의대 유치를 추진했었다.

김미경 세한대 기획처장(특수교육과 교수)은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우리대학은 목포대와 의대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종합병원 개원과 함께 간호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학과를 운영해왔다"며 "지역 내 의대유치 분위기는 고조된 상태이지만, 우리대학은 여러 사정으로 현재 유보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같은 국립대학이자 '전남'에 위치한 순천대도 목포대와 마찬가지로 '의과대학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등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남대가 위치한 전북 남원과 거리상 60㎞에 불과한 순천대는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는 점과 인근 산업단지 밀집을 이유로 의대 및 대학병원 설치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군산대학교(좌)와 전주 예수병원 전경© News1 이승석 기자

◇'전북에 배정된 의대 정원 지켜야 돼'…군산대, 예수병원 '군침'

전북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지난 3월 열린 제167회 임시회에서 "최근 서남대가 불·편법 부실 운영사례가 적발돼 의대 폐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지방대 2곳과 수도권 2곳이 설립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그러나 군산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산대 의대 설립은 군산시민들의 오랜 소망이었다"며 "서남대 의대가 폐지될 경우 당연히 전북에 배정돼야 하며 나아가 국립대인 군산대에 배정될 수 있도록 군산시가 철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전북에 위치한 서남대의 의대가 폐지된다면, 군산대에 의대가 신설될 수 있도록 군산시가 적극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군산지역은 1980년대부터 줄기차게 의과대학 유치를 희망해왔다. 의대를 유치할 규모와 여력이 있는 곳은 현재 지역 유일의 국립대학인 군산대뿐이다. 군산대는 대학발전은 물론, 장기적으로 전북대와 흡수 통폐합 여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대 신설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실제 현 채정룡 군산대 총장은 총장선거 당시, 군산시와 협력해 의대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군산대는 학·처장단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한편, 대학본부 기획처에서 동향파악과 함께 물밑에서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서남대 의대 협력병원을 자처하며 '서남대 껴안기'에 들어간 전주 예수병원도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수병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예수대학교'에 의대를 설치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는 현 예수병원장이 2011년부터 예수대 법인 이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병원 전 간호부장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이사로 선임돼 대학에 관여하고 있다. 올해는 예수병원 장례식장 대표가 법인 감사로 들어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예수병원은 인근 선교사촌 일부 사택을 서남대 의대 본과생 숙소로 내준 상태다.

서남대 정상화추진 교수협의회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서남대학교 감사 결과에 대한 질의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서남대가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재고할 것을 호소했다. 2013.2.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교육부 ' 임상실습 교육과정 관리 및 운영 심히 부당'…서남대 교수協 '의대 교육 내실화 강화'

교육부는 이달 초 서남대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 취소와 함께 임시이사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서남대 법인 이사회 전·현직 이사 9명 및 감사 3명 등 임원 취임이 취소된 것이다.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위 심의를 거쳐 임시이사 8명을 파견한다.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서남대는 '대학 경영권'을 잃게 됐다. 정부에서 임명, 파견되는 임시이사들이 대학을 운영하게 된다.

서남대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교육부 감사에서 교비 330억원 횡령, 이사회 운영 부당, 의대 임상실습 교육과정 관리 및 운영 부당 등 13건이 지적됐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3월 18일까지 감사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이행을 요구했지만 서남대는 모두 이행하지 못했다.

설립자는 서남대와 한려대, 광양보건대, 신경대 등 자신이 설립한 4개 대학 교비 등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구속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나갔다가 현재 재수감된 상태다.교육부는 임시이사 파견에 더해 의대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상실습 교육과정 관리와 운영 등 부실교육이 심각한 서남대 의대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1심 판결 후 폐지 조치하기로 했다.

앞서 서남대는 3월 18일 교육부 감사처분통보 취소 소송 및 감사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해 '의대 임상실습 교육과정 관리 및 운영 부당' 등 2건에 대해 4월 5일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교육부는 부실한 의과대학 임상실습 운영을 막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 의대 임상실습 조치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평가 및 법령 위반에 따른 제재기준을 마련 중이다. 법령 개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서남대 의대 등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의과대학에 대해 평가를 거쳐 폐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서남대 정상화추진 교수협의회는 "협력병원인 예수병원과 함께 의대 교육 내실을 강화하고 미비점에 대해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단시일 내 의대 운영에 적합한 부속병원을 갖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서남대에 대해 행정소송 판결 결과가 나오는 오는 10월께 폐지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대학에 임상 실습병원이 없어 이 곳, 저 곳 헤매는가 하면, 일반 수업에 전담 교수가 부족해 외과교수를 내과 강의에 배정하기도 하는 등의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남대는 전북 남원이 아닌 광주광역시에 부속병원을 두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수련병원 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련병원 지정'이 취소됐다.

전북지역 한 의과대학 교수는 "부실의대들은 우선 교수사회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수들조차 스스로 의대에 몇 명의 교수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에도 교수회의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으로, 교육의 본의성과 관계없이 하루아침에 교수가 된 이들과 함께 수준이 안 되는 의대는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1994년 9월 서남대를 비롯해 강원대와 건양대, 관동대 등 4개교에 각 50명 정원의 의대를 신설해줬다. 당시 서남대는 남원지역에 종합병원급 진료기관이 없는 의료환경 개선과 함께 720병상 규모의 '남원지역 대학병원' 개원을 조건으로 신청서를 제출, 총 15개교를 따돌리고 의대를 신설했다.

서남대 정상화추진 교수협의회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서남대학교 사안감사 결과에 대한 질의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고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서남대가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재고할 것을 호소했다. 2013.2.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Law857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