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26.5% "성폭력 경험"…경찰·지원기관 도움 요청 겨우 8%
남성 14.3%도 "피해 겪어"…디지털성폭력 가장 많아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지역 여성 4명 중 1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했지만, 경찰 및 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피하거나 화를 내는 방법을 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17일 '제주지역 젠더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5월 15일부터 6월20일까지 도내 15세 이상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 19세 이상 응답자 979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조사결과 응답자 20.5%는 디지털 성폭력, 교제폭력,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 26.5%가 성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 피해자 14.3%보다 약 2배 많은 것이다. 반면 가해자 성별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해자 성별을 잘 모르는 응답(53.8%)이 많았던 디지털 성폭력을 제외하고 모든 유형에서 남성 가해자 비율이 85~100%로 조사됐다.
여성 피해 사례는 디지털 성폭력(15.2%), 성희롱(11.9%), 교제폭력(10.2%), 성추행(7.1%), 스토킹(6.7%), 강간 또는 강간미수(0.5%)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디지털 성폭력(12.7%) 피해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교제폭력(1.8%), 성추행(1.4%), 성희롱(1.1%), 스토킹(1.0%)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성폭력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 보면 교제폭력은 가해자의 집(34.3%), 피해자 집(31.1%), 집주변 및 골목길(10.7%) 등에서 많이 발생했다. 스토킹 피해 장소로는 집주변 및 골목길(39.6%), 학교·직장·군대(25.5%)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학교·직장·군대(44.6%, 24.8%)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피해자들 대다수는 경찰 및 지원기관에 알리기보다 상황을 피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 39.8%는 '그 자리를 피하고 도망갔다'고 응답했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는 37.9%,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26.1%,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3.1%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지원기관에 상담'한 경우는 각각 4.3%, 3.6%에 그쳤다.
제주지역 여성은 젠더폭력에 두려움이 전국 평균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일상생활에서의 젠더폭력 피해 두려움'에 대해 제주 여성은 평균 2.85점으로 2024년 전국 여성 2.64점보다 높았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젠더폭력 대응 통합 온라인 플랫폼 구축 △가해자 처벌 및 재범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 강화 △남성 젠더폭력 예방 전문가 양성 △'세이프 스테이(Safe Stay)' 인증 시스템 구축 △직장 내 성폭력 예방 교육 효과성 연구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 확대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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