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욕설 견디기가…"20년만에 만난 부부의 비극
제주지법 남편 살해한 아내에게 징역 3년 선고
20년전 집을 나간 남편 B씨(67)가 뇌출혈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얘기였다.
아내 A씨(55)는 만감이 교차했다. 술만 마시면 아내와 자녀를 때리던 남편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남편이 사라진 날부터 아내 A씨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홀로 네 자녀를 힘겹게 키워왔다.
20년만에 병상에서 만난 남편은 치매로 아내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 A씨는 남편을 집에 데려오기로 마음 먹었다.
집에 온 남편은 집안을 난장판을 만들어놨다. 물건을 다 뒤지고 던져놓기 일쑤였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다. 점점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그렇게 2주 가량이 지났다.
남편이 집에 다시 돌아온 지 16일째인 2012년 7월10일.
아내 A씨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남편은 드러누운채 욕설이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속이 상한 A씨는 술을 마셨다.
그러다 문득 A씨의 머리 속에 내일이 남편 병원 진료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욕조에 물을 붓고 남편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남편은 옷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터졌다.
“뭐 잘 해준 게 있다고 그래”
아내의 말에 남편은 “너는 뭐 잘했냐”고 맞받아쳤다.
아내의 이성은 여기까지였다. 아내는 남편의 목을 졸랐다. 20년만에 다시 만난 부부의 인연은 그렇게 비극으로 끝났다.
23일 제주지방법원(재판장 김양호)은 아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무리 힘들게 살아오고, 남편을 간호하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해도 인간의 생명을 앗은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법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원망과 행태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착잠할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과 존엄성을 지닌다. 이것을 침해하려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 이후 자살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lees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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