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5·18기념식 파행되기까지 지역정치인들 뭐했나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공연단이 기념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3.5.18/뉴스 © News1 정회성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공연단이 기념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3.5.18/뉴스 © News1 정회성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이 5월 단체의 거부로 '반쪽행사'로 끝난 것은 국가보훈처의 독단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무기력한 민주당과 지역출신 정치인들의 안일하고 미온적인 대처도 한 몫했다는 지적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둘러싸고 일찌감치 5월 단체와 보훈처와의 갈등으로 파행이 예고됐지만 호남이 기반인 민주당은 광주지역구 의원들이 개별 성명을 발표하는 소극적인 대처에 그쳤을 뿐 조직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또 새 정부와의 소통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남 곡성출신의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도 사실상 외면해 현직 대통령이 5년 만에 참석한 기념식의 빛이 바래고 말았다.

광주지역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신할 공식 추모곡을 별도로 제작하기 위해 예산을 책정했다는 소식이 지난달 하순부터 알려지면서 지역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지만 민주당은 한창 당 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 매몰돼 5·18 기념곡은 '먼 나라 얘기'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광주 출신 이용섭 의원이 대표경선에서 패배하고 전당대회에서 호남 인사들이 단 한 명도 지도부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호남정치 구심력을 잃어버린 민주당은 광주와 5·18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5·18을 이틀 앞둔 지난 16일 5.18 묘역에서 민주당이 발표한 '을(乙)을 위한 광주선언'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선언에 담긴 문구와 표현만 화려했을 뿐 5·18 추모와 광주정신, 지역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은 5월 단체를 비롯해 지역사회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제창요구가 거세졌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하루 앞선 15일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임내현)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추모곡으로 채택해 줄 것을 촉구하고 강기정 의원이 개별 성명을 발표하는 등 소극적이면서도 원론적인 대처에 그쳤다.

5월단체 회원 관계자는 기념식 직후 "민주당이 '을'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며 5·18 묘지에서 요란하게 '광주선언'을 발표해놓고 정작 시급히 해결해야할 지역정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면서 "결국 민주당이 5.18과 광주를 그들의 입맛에 맞는대로 유리하게 이용했다는 비참한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방관자적 자세를 보인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지역출신 여권 정치인들에게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민들은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정무수석과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 유수택 최고위원 등의 사전에 5·18기념식 및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에 대해 조정 역할을 했었다면 올해 5·18 기념식이 두 개로 쪼개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회사원 조모(47·광주시 남구 봉선동)씨는 "이번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논란을 지켜보면서 민주당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광주와 5·18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광주가 안철수 신당 등 새 정치와 새 인물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타 지역보다 높은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h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