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5·18 기념식에서 5년째 '퇴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또다시 무산됐다.
국가보훈처가 16일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청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배제가 5년째 이어지며 5월 단체 등 지역사회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정망이다.
◇5년째 이어진 논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지난한 논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09년 시작됐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제29주년 기념식 식순에 공연단 합창으로 식전행사에 편성했다. 그 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은 참석자 전원의 제창을 통해 5·18 기념식장에 울려퍼졌다.
난데없는 '방아타령' 논란도 등장했다.
국가보훈처는 2010년 5·18 민주화운동 제30주년 기념식 식순에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집어넣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난이 들끓자 보훈처는 '방아타령'을 식순에서 뺐다. 그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악단의 연주로 또 다시 식전행사로 밀려났다.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2011년과 2012년에도 5·18 기념식에서 공연단의 합창이나 무용단의 군무 배경음악으로 대체되는 등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끊임 없는 퇴출 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적으로 지우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보훈처는 2009년 11월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오월의 노래(가칭)'를 국민공모로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월의 노래(가칭)'가 5·18 공식 기념곡으로 제정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식에서 오랜 세월 누려왔던 지위를 잃게 된다. 여론이 반발하자 보훈처는 공모계획을 철회했다.
작금의 논란도 보훈처가 올해 예산에 5·18 공식 기념곡 공모비용 4800만원을 편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보훈처 관계자는 4월 광주를 찾아 "특정 정당이 당가처럼 부르는 노래가 국가기념행사에서 불려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을 5월 단체에 전했다.
◇논란을 키운 국가보훈처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뜨거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박 처장은 2일 광주지방보훈청에서 기자들에게 "5·18 기념식은 광주시민들만의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18 기념식은 예년과 같은 방향으로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올해 기념식에서도 퇴출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연일 이어진 비판의 목소리와 행동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훈처의 처신을 맹비난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부산 사상)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또다시 되풀이되는 논란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박관현 열사의 묘소 앞에서 시민참배객들과 한 목소리로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부산 영도)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선정해서 유가족과 광주시민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도 나섰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여러 자리를 통해 보훈처를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광주시의회 의장단은 3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찾아가 항의서한을 전달했고, 광주 서구의회는 8일 제217회 임시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 기념곡 지정촉구 건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제창과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성명과 기자회견도 잇따라 열렸다. 논란이 증폭되는 와중에 보훈처가 말을 아끼는 상황이 이어지자 5월 단체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6일 기념식 불참을 선언했다.
보훈처의 이번 결정에 따라 5년 동안 진행된 갈등은 올해도 결국 해법을 찾지 못한 채 5월 영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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