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책 읽을 자유 존중받아야 한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고영숙 대전지회장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학년별 독서인증제로 인해 최소 학년별 50권에서 많은 경우 200권까지 도서권장목록이 있다. 또 학교별 시도별로 독서골든벨, 다독왕 등을 실시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독서 행사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얼마 전 도마 위에 오른 'KBS어린이 독서왕'은 초등학생들에게 두 달 간 20권을 읽게 하고 1000문제 가까운 예상문제를 풀게 한다. 독서의 ‘왕’을 뽑는다는 명목으로 독서의 자유와 선택권을 무차별 침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따져보며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얼마 나 될까. 독서조차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권장도서, 교과서연계도서로 범벅이 돼 있다.
‘책읽기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본다. ‘책을 읽는다’는 능동적이며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이다.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 처럼>이라는 책에서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 10가지를 꼽고 있다.
1.책을 읽지 않을 권리 2.건너 뛰며 읽을 권리 3.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책을 다시 읽을 권리 5.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보바리즘(자기를 현실의 자기가 아닌, 분수이상의 존재로 인식하는 정신작용, 책을 통해서 전염되는 병)을 누릴 권리 7.아무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읽을 권리 9.소리내서 읽을 권리 10.읽고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초등학교 때부터 포트폴리오 작성을 위해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고, 독서 인증제 시험을 보는 독서 교육의 실태를 보면 우리 아이들은 이 중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듯하다. 책 읽기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는 현실이다.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한 사서 교사는 다독왕 제도도 큰 문제라고 한다. 책을 대출하고 나서 독서 기록장에 저자와 출판사, 한줄 쓰기를 하고 난 후 바로 반납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상’이라는 보상수단이 독서 또한 경쟁의 테두리로 몰고 가는 것이다.
'KBS어린이 독서왕' 프로그램 역시 교육청의 섣부른 참가 후원 결정으로, 학교독서를 시험 준비장으로 만들었다. 책을 통해 앎의 즐거움, 낯선 것에 대한 설레임을 느끼는 게 아니라 예상문제집을 통해 내용을 단순 암기하는 독서를 강요했다.
아이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읽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야 한다. 책을 고르는 것 또한 독서의 한 과정이다.
스스로 여러 차례 그런 과정을 반복해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작가별, 시리즈별, 확장된 독서도 가능해진다.
학교에서는 학년 초 ‘서점나들이’‘도서관나들이’를 통해 직접 구입하고 빌려온 책을 친구들끼리 돌려 읽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친구가 권해준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읽지 않을까.
5학년 아들에게 책을 왜 읽는냐고 물어봤다. “그냥…재미있으니까.”
‘책을 읽는다.’ 이 행위는 존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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