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논산시 사회복지공무원 열차에 치여 숨져(종합2보)

몸 불편한 부모 봉양하며 거의 매일 야근 시달려

정황상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지만,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동료를 중심으로 단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15일 충남 논산경찰서에 따르면 시청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김모씨(33)가 이날 오전 1시 41분께 논산시 덕지동 철로에서 전북 익산에서 서울 용산으로 달리던 열차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 당시 열차 기관사는 경찰 조사에서 “한 남성이 열차 앞으로 걸어나와 경적을 울리고 멈췄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로선 특별한 다른 혐의가 없다며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아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유가족 주장

유가족은 자살 의견과 관련해 김씨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왔다며 업무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씨 아버지는 경찰에서 “(아들이 업무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김씨 형은 “동생이 2005년부터 어렵게 공무원시험을 준비했고 마침내 꿈을 이뤘지만, (업무 때문에) 힘들어한 것으로 안다”며 “어려워도 긍정적인 성격이었기에 이번 일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 형은 “효자로 여자친구도 없고 공부와 집, 기도밖에 모르던 동생이었다”며 “(자살이라면) 어렵게 꿈을 이룬 동생이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동생이 써온 일기를 공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지난해 4월 9급으로 신규 임용됐다.

아버지가 왼팔을 못 쓰는데다 뇌졸중을 앓고 있어 사회복지분야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어머니 건강도 좋지 않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학원은 엄두도 못 내고 1달에 5만원으로 생활하며 시립도서관 등에서 독학으로 시험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신이 원했던 분야에서 일하는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1년여 만에 김씨는 열차에 치여 유명을 달리했다.

◇아픈 부모 봉양하면서 거의 매일 야근

직장 동료도 김씨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동료 A씨(여)는 “김씨는 인사성 바르고 밝은 성격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청년이었다”고 전했다.

직장 상사 B씨도 “김씨가 전혀 그럴(자살할) 직원이 아니었기에 더 충격이 크다”며 “사회복지분야 업무와 사업이 느는 추세여서 모든 직원이 힘들어하는 상황이었기에 함께 야근할 때도 특별한 점은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거의 매일 야근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장애인복지시설을 지원·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봐왔으며 시내 등록 장애인 1만600여명을 김씨 등 정규직 3명과 계약직 직원, 공익 등 5명이 모두 맡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보통 오전에는 민원 해결에 나서기 때문에 업무 처리를 위해서 7~8명씩 야근을 하는 실정”이라며 “김씨는 거의 매일 오후 9~11시까지 야근을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씨가 가정 형편과 반복되는 야근으로 말미암아 한계에 도달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C씨는 “김씨가 임용된 지 1년 남짓 돼 아직 업무를 배우는 처지라고 해도 몸이 불편한 부모까지 봉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의 매일 반복되는 야근으로 심신이 많이 지쳤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업무는 직급과 경중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됐으며 신규 직원이라 해서 더 많은 업무를 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단순 사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은 우선 사고 당시 기관사 증언 등을 토대로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김씨가 알아주는 효자였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직장 동료를 중심으로 단순 사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씨 초등학교 동창이자 한 마을에서 매일 카풀로 출근을 같이 했다는 동료 김모씨(여)는 “최근 (김씨에게서) 평소와 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동료 김씨는 “(김씨가) 평소 천천히 걷는 산책을 좋아했다”며 “임용된 지 얼마 안 돼 숙련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업무야 다른 동료도 똑같이 겪는 고충이었으므로 과중한 업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정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으나 자신의 월급으로 어머니를 도와드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며 “무엇보다 워낙 효자인데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을 놔두고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친구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친구의 단순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른 동료도 평소 김씨 성격이나 태도를 참작할 때 자살은 이해가 안 된다는 견해다.

직장 상사 B씨는 “김씨가 술을 전혀 못 마시지는 않았다”며 “혹시 술을 먹고 길을 (철로 쪽으로) 잘못 들어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거들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는 없고 자살인지 단순 사고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사고 전 김씨 행적 등을 조사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eruc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