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22명 김천 증산초 분교 추진에 "90세도 학생…교육권 보장하라"

증산초 통폐합 추진에 주민 반발

김천 증산초 어르신학생 수업 모습.(증산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안동·김천=뉴스1) 정우용 김대벽 기자 = 경북 김천시 오지마을의 증산초등학교를 분교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학교에는 1~6학년 정규 초등학생 8명과 '어르신 학생' 14명 등 22명이 재학 중이다.

증산초발전위원회는 19일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령 초과자의 교육권과 지역 소멸 방지를 위한 증산면민의 노력을 외면한 채 교육청이 증산초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령의 학생도 학습 욕구가 있는 학생인데도 정책적 이유로 학생 수 산정에 제외하는 것은 교육기본권 침해"라며 "형식적 기준에 맞춘 통폐합 논리를 중단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 여건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 "분교는 통폐합으로 이어지는 수순으로, 통폐합은 지역 소멸로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증산초 분교 전환과 통폐합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1980년대 전교생이 600명에 달했던 이 학교가 최근 폐교 위기에 놓인 것은 재학생이 8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현재 재학생이 15명 이하로 줄면 학교를 통폐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마을 이장들이 분교 전환을 반대하고 나섰다. 분교로 전환되면 학생들은 10㎞ 이상 떨어진 다른 학교에 다녀야 하고, '학령 초과자'인 14명의 어르신들은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문해교실이 있는 노인대학이나 평생교육원을 다니려면 하루 한두 번 다니는 마을버스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오지마을로 못 배운 설움을 가슴에 안고 사는 노인들이 많다.

앞서 2022년 경북교육청이 학교장이 허가하면 노인도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규정을 수립해 지난해 증산면 지역의 학령 초과자 16명을 입학시켰다. 이들 중 2명이 지난 2월 건강상 이유로 자퇴를 해 현재 14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9.5세로, 82세 할아버지가 1명에 13명이 할머니다. 학령 초과자 막내는 66세, 최고령은 90세로 증손자뻘 학생들과 음악을 제외한 전 수업을 일반학생과 같이 듣는다.

경북교육청은 지난해 7월 증산초 분교 전환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지품천 초등학교의 분교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6학년도 초·중학교 학급편성 지침'에서 초등 학급편성 기준 인원 산정 시 '학령 초과자를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취학 의무 대상자 8명의 성장 단계에 맞는 교육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화가 필요해 통폐합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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