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잘 받자'…일선 학교 학사일정 파행

구미 A중학교는 도서대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수업시간에 반별로 대출하러 간다.

학생들은 책을 다 읽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되면 책을 반납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독서교육을 잘 하는 교사 보다 책을 많이 빌리는 교사가 인정받는다.

영주 B초교는 학생들을 모두 컴퓨터실로 불러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익명성 보장과 자유로운 의견을 적도록 하기 위해 통상 인터넷으로 이뤄진다.

상주 C초교는 방과후학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정규시간에도 방과후수업을 진행한다.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의 정규 수업시간이 6교시까지지만, 이 학교는 방과후수업을 먼저 하고 7~8교시에 정규수업을 한다.

지난 1일 경북도교육청에서 실시한 학교평가를 잘 받기 위해 일선학교에서 비교육적이고 형식적인 실적쌓기에 나서면서 학사일정을 파행으로 운행하는 사례들이다.

학교평가는 학교 끼리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진로선택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실시한다.

교육계에서는 "현재의 학교평가 기준은 교육부가 시행하는 시·도교육청 평가의 정량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교육지원청 평가와 학교 평가지표를 마련했기 때문에 학교 마다 형식적으로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는 21일 “학교평가를 잘 받기 위해 파행적으로 학사운영을 하는 학교장에게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교육당국은 실적위주의 수치화된 정량평가 보다 정성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교육연구원 관계자는 “평가를 잘 받으면 150만~2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될 뿐 교사나 직원에 대한 인사 혜택이 전혀 없다”며 “일부 학교에서 평가를 잘 받으면 학교 홍보를 할 수 있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파행적인 학사 운영을 하는 학교를 찾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뒤 내년 평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gim139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