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 1반, 아직 건강해…" 따뜻한 이웃 얘기 담는 '부산 끼리라면'
누구나 라면 먹을 수 있는 복지공간…일 최대 60명 이용
부산 동구, 고향사랑·지정기부금 등 활용해 조성 및 운영
- 김태형 기자
(부산=뉴스1) 김태형 기자 = 부산 동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수정동 오르막을 오르면 '끼리라면'이란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라면을 매개로 이웃 간 정을 나눌 수 있도록 구에서 마련한 복지 공간이다. 누구나 와서 돈 없이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이 공간은 현재 구와 초록우산 부산종합사회복지관, 부산동구시니어클럽 등이 협업해 운영하고 있다.
동구 끼리라면은 개소한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됐지만 일평균 최대 60명 정도가 찾아올 만큼 주민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공간 조성 당시엔 구에 들어온 고향사랑기부금이 활용됐지만, 지금은 '끼리라면' 지정 기부금 등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주민이 끼리라면에 와서 그냥 음식만 먹고 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가져온 라면을 기부한다"며 "100만 원, 10만 원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 의도하긴 했어도 놀라울 정도로 선순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부된 라면이나 돈은 초록우산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끼리라면으로 들어와 소위 곳간을 채우고 있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지난 1일 뉴스1이 찾은 끼리라면엔 주민 등이 기부한 라면들로 공간 벽면 선반이 가득 차 있었다. 라면 취식 공간 옆에 딸린 방도 라면 상자로 꽉 차 있었다. 주민이 기부한 테이블 냅킨, 젓가락, 위생 장갑 등도 방 안에 있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초록우산 관계자는 "라면 몇 봉지라도 기부하고자 하는 주민을 위해 기부함도 마련해 놨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라면을 먹던 한 어르신은 자신을 '9학년 1반'이라고 소개했다. 나이가 91세란 뜻이었다.
부산동구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이곳을 자주 찾는 손님"이라며 "택시 기사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런 공간이 있어 고령임에도 바깥에라도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라면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 이 손님은 자신의 자리를 치우며 "아직 건강하다"고 말했다.
피크 시간대인 폐점 무렵엔 끼리라면은 이웃 간 이야기로 가득 찼다. 친자매처럼 지내는 이웃 사이에선 "언니, 이때가 라면이 가장 맛있을 때야" 같은 얘기가 오갔다.
동구 관계자는 "이름만 쓰면 누구나 여기서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문턱을 많이 낮춘 덕분에 1인 가구 등 고립된 주민들이 많이 나와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며 "추석 연휴엔 이곳이 문을 닫지만, 인력을 충원해 다음 명절엔 끼리라면을 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th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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