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또 다른 꿈 '봉하 생태농업' 어떻게 됐나
2009년 50농가, 지난해 134농가 25만평 참여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 포함…한때 갈등도
- 이지안 기자
(부산·경남=뉴스1) 이지안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생태농업 모델’의 위상을 굳게 지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친환경 농촌을 만들고 싶다던 노 전 대통령의 철학 그리고 농업회사법인 ㈜봉하마을이 있었다.
23일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리는 봉하마을 일대는 모내기를 앞둔 드넓은 논이 펼쳐져 방문객을 맞았다.
퇴임 후 봉하마을에 내려온 노 전 대통령은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농촌을 꿈꿨다. 하천이 살고 그 하천에 이어진 논이 살면, 사람은 친환경 쌀을 먹을 수 있고 철새나 잉어 같은 동물도 봉하마을에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다는 이른바 ‘순환’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과 자원봉사자 등이 모여 봉하마을 하천인 포화천을 청소하고 낙동강 물이 하천을 돌게 했다. 논에서는 농약 대신 오리를 푸는 ‘오리농법’을 진행했다. 2008년에만 13농가, 2만4600여평이 이 농법에 참여했다.
이들 농가에서 생산된 벼는 55톤이었다. 가격은 1kg 한봉지에 5000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어렵게 친환경 오리농법의 첫걸음을 뗀 농부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위한 성금으로 여기고 조금 비싸지만 봉하오리쌀을 사 달라”고 부탁했다.
농약을 쓰지 않는 이 농법에는 지난 2009년 50농가(24만여평)가 참여해 지난해에는 134농가(24만7000여평)로 늘어났다. 2010년에는 봉하마을 친환경쌀 방앗간이 경남 최초로 ‘농산물관리우수시설’로 인증도 받았다.
호재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돌연 봉하마을 농지가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농식품부는 경기 활성화와 토지 정리를 이유로 들었다.
농어촌공사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배수장, 배수로 공사와 양수장, 용수로, 농로 포장 공사까지 해 농업생산기반시설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에 봉하마을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노무현재단과 ㈜봉하마을은 해제반대 의견서를 지자체에 냈고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동참했다. 봉하마을에서 생태계가 복원되고 친환경 쌀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김정호 ㈜봉하마을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두고 갈등이 있던 상황에서 일부 지주들은 중장비로 농지에 흙을 뒤덮고, 제초제를 뿌렸다. 개발 찬성 측에 설득됐던 일부 농민들은 친환경농법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다시 친환경농법을 선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친환경농법이 아니면 쌀이 시장에서 제값을 보장받기가 어려운 데다 땅값이 올라도 농민들이 직접 이익을 얻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사들이고 친환경 농법, 환경 살리기를 방해하는 걸 보면 몹시 아쉽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의 ‘생태농업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리농법, 무농약농법으로 쌀이 자라고 지난 2015년 5월 확대 개장한 경남지역 친환경 로컬푸드 직매장 ‘봉하장날’에서는 그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이 사람들의 손길을 끈다.
여기에 더해 ㈜봉하마을은 봉하쌀막걸리를 직접 제조하기 위해 양조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봉하마을의 생태농업을 이끄는 김 대표는 “봉하가 이뤄가는 생태농업의 결실은 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롤모델이 되고 있다”면서 “여러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노 전 대통령의 뜻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가치를 끝까지 지켜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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